아픈 역사를 들춰 볼 용기, 영화 '사라의 열쇠'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케케묵은 과거라도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만 한다.

 

영화 <사라의 열쇠>를 보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은 역사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2년 7월, 프랑스는 나치 독일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습니다. 나치의 무력에 굴복한 프랑스는 그들의 잔인한 만행에 대항하지 못하고 스스로 완장을 차고 나치의 하수인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신념'을 프랑스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자국에 거주하고 있는 1만명이 넘는 유대인을 벨디브 경륜장으로 잡아들인 뒤, 기차를 이용해 차례대로 죽음의 수용소로 태워 보냈습니다.

독일이 무력으로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이 문제는 나치에 굴복한 프랑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자행한 일이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크나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훗날,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정부가 이 일에 가담한 일을 두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죠. <사라의 열쇠>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프랑스 경찰이 유대인을 체포하기 위해 집으로 들이닥치자 10살짜리 소녀 '사라(멜루신 메이얀스 분)'는 남동생을 벽장에 숨기고 문을 잠근 뒤,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체 벨디브 경륜장으로 수용됩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안해진 사라는 남동생을 벽장 속에 가두어 두고 온 것을 후회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결국 벽장에 갇혀 있는 남동생을 구하기 위해 수용소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 세월이 흘러 2009년 프랑스의 어느 잡지사에서 '벨디브 경륜장 사건'을 취재하던 미국인 기자 '줄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는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이사 들어가려던 집에서 사라의 발자취를 발견하고 자신과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라가 이 사건을 계속 풀어나갈 수록 남편과 남편의 가족은 프랑스인으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짓을 저지른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사람은 역사에 붙들려 있고, 역사는 사람에 붙들려 있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은 "사람은 역사에 붙들려 있고, 역사는 사람에 붙들려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라의 열쇠>는 이 말 뜻을 완곡하지만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프랑스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줄리아와 그 진실의 가운데 서있는 사라는 시간의 벽에 가로막혀 서로 알지 못하지만, 둘은 분명히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 위에 발을 딛고 서 있고, 그 발 아래 아스팔트를 깔고 보도블록을 쌓아 올리고 빌딩을 짓는다고 과거는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습니다.

 

사라는 벨디브 경륜장에 수용되었다가 부모가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헤어지고 맙니다. 부모와 헤어지면서 남동생을 숨겨 둔 벽장열쇠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유대인 학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프랑스 경찰의 도움으로 그녀는 수용소를 탈출해서 파리에 있는 집으로 동생을 구하러 가지만, 너무 늦게 도착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약간의 분노가 치밉니다. 2차대전 전쟁범죄의 중심에 서 있던 독일 뿐만 아니라, 무력에 굴복해 앞잡이가 되었던 프랑스마저 스스로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라의 동생이 죽은 그 집에 살던 다른 프랑스인 마저도 마치 자신도 역사의 죄인인양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2차대전의 주축군의 한 축이었던 일본과 그들의 무력에 굴복하고 앞잡이 노릇을 자처했던 한국은 지금 어떻습니까? 일본은 지금까지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일제 앞잡이들의 후손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잊어버리는 순간,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인간의 두뇌 중에 가장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바로 '망각' 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걸 다 기억하면 괴로워서 살 수가 없겠죠.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지만 때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척 하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라가 동생이 죽은 벽장의 열쇠를 평생 간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과거를 벽장에 묻어 두고 꺼내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매우 불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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