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세지와 드 니로가 만든 걸작 '택시 드라이버(1976)'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976년도 작품이니 거의 40년 전 영화가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가 있을까요? 참 오래도 되었습니다만, 김상만 감독의 한국영화 <심야의 FM>의 오마쥬를 설명하면서 언급했었던 <택시드라이버, Taxi Driver>를 이제야 글로 남기네 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는 한국나이로 73세나 된 노장이지만 최근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선보이며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세간의 평론가들은 스콜세지 감독의 걸작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2002년도 작품 <갱스 오브 뉴욕>을 꼽고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1976년도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라 생각됩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주연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분)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살아 돌아왔지만, 혼자 살아가는 미국의 뉴욕도 그에게는 전쟁통이나 다름 없습니다. 길거리엔 흥청망청대는 쓰레기 인간들 뿐이고, 정치마저 양의 탈을 쓴 거대한 범죄조직인 것 같습니다. 그는 전쟁 후유증으로 잠들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리자 심야 택시를 운전하는 택시 드라이버로 취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가 택시와 함께 바라보는 뉴욕의 밤거리는 끈적이는 탐욕과 반짝이는 네온사인에 뒤엉켜 잠 못 들긴 마찬가집니다. 그가 말합니다.

 

트래비스 曰 "쓰레기는 밤이 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매춘부, 깡패, 남창, 호모, 게이, 마약 중독자... 인간 말종들이다. 언젠가 저런 쓰레기를 씻어내 버릴 비가 쏟아질 것이다."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에 차있는 어쩌면 괴기스럽기도 한 현대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그는 늘 외롭습니다. 어느 날, 팔렌타인 대통령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베시(시빌 셰퍼드 분)'를 만나 사랑을 해보려고 하지만, 베시는 포르노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자는 그에게 모욕감을 느끼고 떠나버립니다. 자신의 행동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트래비스는 그녀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베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스콜세지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화기 앞에서 그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이어 카메라는 트래비스를 지나 텅 빈 복도를 비추고, 전화를 끊은 트래비스는 뒷 모습을 보이며 그 복도를 혼자 지나가게 됩니다. 하나의 테이크로 구성된 이 장면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말했던 장면인데요, 트래비스의 광기와 자기분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중요한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베시에게 버림받은 그는 미쳐있는 도시를, 어쩌면 미쳐있는 자신이 쓸어버리겠다고 마음 먹고 총기를 구입합니다. 그리고 도심에서 만났던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어둠에서 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창녀촌 소굴로 달려가 포주인 스포트(하비 케이틀 분)에게 총을 난사합니다. 과연 트래비스와 아이리스는 어떻게 될까요? (결말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트래비스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이유는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그러나 돌아온 뉴욕은 추잡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득실대고, 전쟁으로 내몰린 군인들마저 추잡한 정치논리에 희생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가난하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나머지 분노에 휩싸여 세상의 쓰레기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가 어쩌면 지극히 정상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영화의 전체에 걸쳐 흘러나오는 탐 스캇의 색소폰 연주와 끈적이는 뉴욕의 밤거리와 네온사인, 그리고 도시가 또 다른 전쟁터가 되어버린 트래비스의 치열한 외로움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했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처럼 음악영화라 불러도 부족함 없을 정도로 재즈선율은 영화의 감성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음침한 도시를 밝은 네온사인과 조용한 재즈선율로 묘하게 동경하게 만드는 이런 분위기는 다른 수많은 영화에 영감을 줬습니다. 겉으론 풍요롭고 화려하지만 잠 못 드는 트래비스 마냥 지독하게 외로운 현대인의 역설적인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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