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주얼, 소박한 서사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968년 영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을 기억하십니까? SF영화가 많이 없던 시절,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다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사람 얼굴에 이리저리 붙여 표현했던 유인원 특수분장 또한 그 당시에는 전에 본 적 없는 획기적인 볼거리였어요. 그 이후 반세기가 흐른 오늘 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 이르러서는 일취월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분장이 아닌 캄퓨터 그래픽(CG)로 완벽한 유인원을 재탄생 시켰습니다. 영화의 됨됨이가 어떤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번 편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시미안플루'의 확산으로 인류는 거의 멸망하고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소수만 살아남았습니다. 유인원들은 숲으로 들어가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어 조용히 살고 있는 어느 날, 멸종한 줄로만 알았던 인간이 자신들의 마을로 들어오게 되고 이들은 충돌하게 됩니다. 인간들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댐에 설치된 수력발전소를 찾아왔고, 유인원은 자신의 마을로 침입한 인간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종족은 무력으로 상대종족을 죽여야 한다는 편과 어렵게 얻은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두 편으로 갈리게 됩니다. 유인원의 우두머리인 '시저'는 인간의 선한 면만 보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의 부하인 '코바'는 인간의 악한 면만을 보고 인류를 멸망시켜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두 종족은 치열하게 죽고 죽이는 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들의 매래는 어떻게 될까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편>에 선정되기도 한 영화 <혹성탈출>은 총 8편의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요, '반격의 서막'에서는 전에 보지 못한 화려한 그래픽과 사실과 똑같은 침팬지들의 실오라기 하나까지 섬세한 표현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1968년 처음 등장했던 1편과 같은 그런 충격적인 서사는 없습니다. 인간과 유인원과의 지배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시리즈 첫 편의 설정에 대한 쇼킹함과 이런 일들이 먼 우주의 다른 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 마지막에 보여준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충격적인 반전 서사는 이번 편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제법 뼈대가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시 누리고 있는 인간문명의 절대권력과 오만함에 대한 경각심입니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실험실에서 죽였던 수 많은 동물들과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쪽이 더 우월할까요? 영화는 이렇게 지능이 높은 존재가 스스로 우월함을 인지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표출되는 편견과 오만함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에서 '시저'가 아들에게 하는 대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인간보다 더 나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영화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지능도 있지만 '인성'이라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유인원도 인간과 똑같은 지능과 '인성'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선과 악도 존재하며, 서로 부딪치는 갈등과 미워하는 반목, 그리고 용서와 복수도 있습니다. 유인원은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98.4%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지능이 타 종족보다 조금 더 높다고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당위적인 절대권력이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인성인 거죠. 인류의 생존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다면 다른 존재와의 공존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꼭 있어야 합니다. 아무튼 이번 편에서는 무너진 인간의 도덕성과 오만함에 대한 반격의 서막을 올렸으니, 다음 편에선 화려한 비주얼에 더불어 조금 더 탄탄한 대서사가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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