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의 섬뜩한 영화 '조디악(Zodiac)'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개인적으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세계를 정말 좋아합니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세븐> 등의 영화에서 멜로부터 범죄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출능력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은 그의 2007년도 작품인 <조디악, Zodiac>이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이 영화는 한국의 봉보로봉봉~ 봉준호감독의 2003년도 작품인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와 매우 닮아있는데요,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도 똑같고 게다가 영구 미제사건이라는 점과 성격이 다른 콤비가 지능적인 범인의 흔적을 쫓는다는 점에서도 유사해서 일각에선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3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일명 '조디악'은 크로니클이란 신문사에 자신의 살인행각을 증명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살인을 하고 현장에 증거를 남기고, 그리고 마치 자신 있으면 자기를 잡아보라는 식으로 언론사에 자신의 범죄를 증명하는 증거를 보내며 편지에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게재하지 않으면 어린아이들을 죽이겠노라며 협박합니다.

 

이 암호문을 해독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정보부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풀지 못하고, 신문에 게재되는데 이 신문을 본 어느 고등학교 교사에 의해 실마리가 풀립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분석한 신문사 크로니클의 삽화가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에 의해 살인동기가 해독됩니다. 하지만 조디악은 살인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는데요, 거듭된 살인과 신문사로 보내는 협박편지와 범행증거를 조합하더라도 범인의 윤곽은 들어나지 않습니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연쇄살인 사건을 두고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와 크로니클의 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경찰 데이비드 토스키(마크 러팔로)는 사건에 더욱 집착하게 됩니다.

 

 

 

 

 

살인의 추억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분노와 답답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제법 긴 런닝타임 2시간 37분 동안 범인이 잡히길, 이제 실마리가 풀리길 간절히 기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영화에서 보여주는 뻔한 결말이 이 영화만큼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범인이 요구한 암호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것은 범인에게 놀아난 꼴이 되고, 게재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딜레마의 기로에서 신문사 크로니클은 결국 범인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범인이 벌여놓은 게임에서 졌다고 봐야겠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부터 진 게임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기자와 형사의 지리한 모습만 계속 비추고 있습니다.

 

 

 

 

 

 

핀처감독은 현실은 영화와는 다르게 정형화된 결말이 없다고 말하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언제나 정답이 존재하지 않고,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것이 진범이 잡히는 '정의'가 아니라 범인이라는 공포의 존재가 잡혀 이제 우리는 '안전'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언제나 진리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화성 연쇄살인범이나 캘리포니아 연쇄살인범이 이 영화를 보고 우리를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울분이 치밀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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