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효심을 담은 수원 영동시장의 삼합미음죽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수원 영동시장에 있는 기특한 식당으로 가볼게요. 이곳은 개인사업자가 돈을 벌기위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고요, 수원시와 문화광광형시장 사업단과 연계하여 좋은 일에 사용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되는 이른바 '사회적 기업'입니다. 좋은 일이란 것은 정조대왕의 극진한 효심을 이어받아 지역 어르신들께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로효친사업을 위함인데요, 착한 사람들과 착한 손님들이 모여 외롭고 배고픈 어르신들께 따스한 밥 한끼를 제공하기 위한 기특한 마음으로 시작된 곳입니다.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삼합미음죽'이란 죽과 '착한밥상'이란 백반과 육개장이 주된 메뉴였습니다. 가격은 모두 5천원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삼합미음죽은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홍씨에 대한 효심을 가득 담은 밥인데요, 유래는 이렇습니다. 혜경궁홍씨가 회갑연을 위해 수원 화성행궁에서 8일간 머물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양에서 이곳까지 먼 길을 온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해삼, 소고기, 홍합, 찹쌀 등을 넣고 죽을 끓여 드렸는데, 그것이 바로 삼합미음죽입니다. 식당 이름은 아직 정확히 만들어지진 않았는데, 가칭 '약선'이란 이름의 이곳에서는 당시의 재료와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해서 손님들께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음식인지 들어가 볼까요?

 

 

위치는 수원 영동시장 2층에 있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인 '아트포라' 있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2층 출입구가 있는 '송학다방'이란 간판이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왼쪽편에 있어요.

 

 

 

 

 

 

제가 이곳을 갔을 당시는 간판이 달려있지 않아 상호는 없었는데요, 주인장 말씀으로는 '약선(藥膳)'이란 이름을 달려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약'자는 말그대로 몸에 좋은 약藥이고요, 선자는 음식 선膳자 인데요, 합치면 약이되는 음식이란 뜻이에요.

 

 

 

 

 

 

이날 같이간 네이버 파워블로거들과 티스토리 우수블로거들. 국가대표님도 보이고 나이스블루님, 그리고 파란연필님도 있네요. ㅎㅎㅎ 가게 안 벽에는 아트포라 작가님들이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술작품들이 많이 걸려있더군요.

 

 

 

 

 

 

소박한 그릇에 반찬들이 먼저 담겨 나오네요. 음식이나 그릇들이 얼마나 정갈한지 기품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고급 한정식집에 온 느낌이네요.

 

 

 

 

 

 

장조림과 더덕무침, 그리고 죽에 올려 먹는 황태가루가 나옵니다. 맛도 모습도 깔끔하네요.

 

 

 

 

 

 

드디어 삼합미음죽이 나왔습니다. 이 죽은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한정된 양만 판매하는데요, 시간도 오후2시까지만 판매하고 있고, 그 마저도 다 팔리면 일찍 문을 닫는다고하니 드실 분들은 서둘러야 할거에요. 가격은 5천원입니다. 정말 착하죠?

 

 

 

 

 

 

해삼과 홍합, 그리고 소고기를 넣고 찹쌀로 끓여낸 죽입니다. 위에 황태살을 올려 먹으니 참 맛있네요. 죽맛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정조대왕의 효심을 곱씹으며 먹으니 저 또한 그러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흐믓해지는 죽이었어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은 깔끔하고 맛있는 죽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온 고기들입니다. 큰 덩어리는 '호두떡발비구이'고요, 꼬치에 꽂혀 있는 것은 '유자청소스 갈비살 대파 꼬치구이'입니다. 옛날에 만들었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더라고요. 꼬치구이는 소갈비살과 대파와 잣가루로 만든 음식인데요, 현대적인 양념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간장과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해서 담백한 맛이었어요. 현대식 빨갛고 검은 양념을 좋아하는 분들껜 밍밍한 맛일 수는 있겠으나 저에겐 참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이건 호두떡갈비구이인데 갈비살에 밀가루와 찹살가루, 그리고 호두를 넣고 각종 양념을 버무린다음 갈비뼈에 고기를 붙여 익힌 음식이에요. 그 옛날에도 먹기 쉽도록 갈비살을 발라 만들긴 해도, 보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그 뼈를 이용했나보네요. 부드럽고 강하지 않은 양념이 저에게는 딱 맞는 음식이었습니다. 모양도 독특하고 신기한 음식이었어요.

 

 

 

 

 

 

주인장께서 서비스로 주신 약주 한 잔을 반주로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가칭 '약선' 식당 어떠셨습니까? 내가 먹은 음식값으로 늙고 외로운 어르신들께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일석이조의 뜻 깊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일부러 기부도 하고 봉사도 하는데, 단돈 5천원 내고 든든한 밥 한끼 먹는건 아주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수원여행 중에 나도 이 사업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께선 영동시장 2층으로 가셔서 삼합미음죽 한 그릇 드시고 오세요. 그럼 그대들의 부모님들이 그 복받을 겁니다.

 

 

 

 

 

<찾아가는길>

 

※ 영동시장 2층 아트포라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 운영시간 : 오전11시 30분 ~ 오후 2시 (한정판매로 조기 매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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