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철암 탄광역사촌과 벽화마을 | 태백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석탄을 실어 나르던 선탄장이 있는 태백시 철암역 주변에는 구경할만한 문화공간들이 몇 있습니다. 역 북쪽에 있는 철암천(낙동강) 주변으로는 일명 ‘까치발 건물’ 열한 채를 개조해 만든 ‘철암 탄광역사촌’이 있고요, 남쪽으로는 철암 연립상가 벽에 그려진 벽화마을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40-60년대 지어진 광부들이 살던 마을이 지금도 그대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멋진 곳입니다. 자, 들어가 볼게요.

 

지금도 활발히 작동하는 선탄장 바로 맞은 편이 탄광역사촌입니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마을인데 공장은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열심히 돌아가는 모습이 아이러니 하네요.

 

 

 

 

 

 

철암천 건너편 마을은 40-60년대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있는데요, 지금도 간간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있습니다.

 

 

 

 

 

 

올라가보면 수십 년 전 광부들이 떠난 폐가도 보이고, ‘여기 사람 살아요~’라고 말하는 듯 생선도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도시에선 옛날 술집 코스프레한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연탄재도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제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은 1990년대까지 연탄을 썼어요. 집에 남자라곤 나 하나였으니 연탄 갈아 끼우는 건 언제나 제 몫이었죠. 잠자다 연탄가스를 자주 마셔 어머니가 논란 가슴에 절 업고 밖으로 나가던 생각도 가끔 나네요.

 

 

 

 

 

 

태백에 수많은 광산이 들어서면서 광부들이 직접 뚫었다는 수많은 굴들도 태백에선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을 뒤편이 바로 철길이던데 광부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보지 않아도 잘 알겠군요.

 

 

 

 

 

 

광부들의 일상을 벽면에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한 창 좋을 60-70년대는 월급을 30만원이나 받아 좋은 시절이었다는 이야기네요. 60년대 공무원 월급이 1만원정도였고, 70년대 울 아버지 월급이 5만원이었으니, 저 정도면 큰 돈을 벌었던 시절인 거죠. 하지만 목숨 걸고 일하던 그가 한 마지막 말이 가슴이 아프네요. “탄광은 생산이 목적이라 사람이 죽고 사는 거는 문제도 아니다.”

 

 

 

 

 

 

탄광역사촌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층에 해설사 한 분이 계시던데, 원하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시더라고요. 같이 다니며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이곳에는 옛 철암의 모습이 담긴 사진, 문헌,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작가들의 작품 모은 갤러리도 있습니다. 내부는 전시를 위해 새로 단장되지만 건물 외형은 다행히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건물 외부가 이래서 전 어디가 탄광역사촌인지 한참을 찾았어요. 그래서 전시관 이름도 페리카나, 호남슈퍼, 한양다방 등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요, 아이디어가 기발하네요.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십여 채의 건물들은 까치발 건물이라 부르는데요, 까치발처럼 몇 개의 기둥이 건물 뒤편을 받치고 있는 형태에요. 건물을 최대한 넓게 만들기 위해 수상가옥마냥 물 속으로 기둥을 박아 지었네요. 모두 1940-6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제일 왼쪽 건물에서 아낙네가 아이를 등에 엎고 손을 흔들고 있길래, 누구에게 흔드나 봤더니만 철암천 건너편에 광부 한 명이 그쪽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네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한양다방 옆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지긋지긋한 질곡의 세월을 보냈을 광부들의 삶이 느껴집니다. 내려가보면 좁은 공간에 여러 채의 집이 구획을 나눠 만들어져 있습니다.

 

 

 

 

 

광부들 집 담벼락에 핀 해바라기도 보이고, 몸에 낀 탄가루를 빼겠다며 그들이 즐겨먹던 삼겹살 가게도 있고, 철암동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광부의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은 남루한 물건들과 그들의 사진들이 코끝이 찡한 감동을 주네요.

 

 

 

 

 

 

탄광역사촌 길 건너편 선탄장은 박중훈과 안성기가 출연했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에요. 마지막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던 명장면이 여기서 촬영되었다고 하네요. 비 오는 장면이었죠. 기억납니다.

 

 

 

 

 

 

철암역 남쪽으로 연결된 연립상가 건물에는 벽화골목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이라 소개해드릴게요.

 

 

 

 

 

 

이 건물들도 탄광이 활황이던 시절에 지어진 건물들인데요, 집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연탄 굴뚝이 인상적입니다. 이 동네 집들은 대부분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나 봅니다. 중간 중간 그려져 있는 벽화들에 웃음 나기도 하다가, 짠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작품들은 벽화도 있고 부조작품도 있는데요, 무작정 예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림은 모두 실제 사진을 보고 그렸다고 하네요.

 

 

 

 

 

 

지금은 늙었거나 돌아가신 광부들의 실제 사진으로 벽화를 그려, 더 생동감 넘치고 현실감이 있는 그림들이었습니다.

 

 

 

 

 

 

이 집에 사는 할머니께서 문화해설사 마냥 벽화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셨어요. 지붕으로 올라간 다섯 명의 광부도 인상적이네요.

 

 

 

 

 

 

 

 

 

 

 

석탄 캐는 광부들이란 작품도 금이 간 벽면을 활용해 인상적이고, 아래 6명의 광부 캐릭터들도 익살스럽고 귀엽습니다.

 

태백여행에서 V트래인타고 분천역으로 가실 계획이거나 철암역으로 오셨다면 오늘 소개해드린 곳들은 곡 들러보세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여러분의 여행이 풍요로워질 거에요.

 

 

13편 계속...

 

 같이 다녔던 태백여행코스 (연재중...)

 

1. 추우면 더 아름다워지는 겨울축제 '태백산 눈꽃축제(눈축제)'

2. 세계 최대의 석탄전문 박물관 '태백 석탄박물관'

3. 아날로그 감성 돋는 여행의 기술!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V-Train)

4. 태백산 눈꽃열차 V트레인(V-train)타고 온 분천역과 산타마을

5. 눈보라 몰아치는 배추밭,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풍력발전단지)

6.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연동굴 '용연동굴'

7. 한국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추전역'

8. 국물이 있는 물닭갈비? 태백맛집 '송이닭갈비'

9.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 '황지연못' 루미나리에 야경

10. 고원에서의 하룻밤.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

11. 옛날엔 바다였던 태백 고생대 자연사박물관

 

 

 

<찾아가는길>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국내여행/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