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53m에 위치한 충북 제일의 고갯길인 박달재는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한 전설이 서려있는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고갯길은 충주와 제천을 잇는 유일한 길로 차와 사람으로 북적대던 곳이었지만, 1997년에 박달재터널이 개통되어 한적해져서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 드리는 곳입니다.
오르막을 올라가는 길 옆으로 벌통이 잔뜩 쌓여 있군요. 조심스레 구경가려는데 벌들이 귀 주변에서 위윙거리네요. ㅎㅎㅎ
가까이 다가가보니 진짜 벌들이 살고 있는 벌통이 맞네요. 주변에 꽃들도 많이 있고 깊은 산속이라 먹이가 많은가 봅니다.
벌통에서 조금 더 올라오니 길 오른쪽에 성황당이 보이네요. 이곳은 금봉이가 박달도령의 장원급제를 빌던 곳인데요, 여기를 지나는 분들은 꼭 돌 하나를 올려놓고 가세요. 옛날부터 성황당(서낭당)을 지날 때는 돌 세 개를 던지고 가면 재수가 좋다라는 말이 있죠.
표지판이 없다면 숲 속에 뭐가 들었을지 전혀 눈치챌 수 없도록 울창한 숲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입구에는 금봉이와 박달도령의 장승이 으스스하게 서 있네요.
올라오니 소원을 비는 작은 성황당과 오른쪽에는 돌탑이 서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먼저 돌탑에 돌을 3개 쌓고 소원을 빌고……
성황당 안에서 또 다시 다른 소원을 빌었습니다. 박달재 지나신다면 꼭 여기서 소원을 빌고 가세요. 혹시 알아요? 소원을 덜컥 이뤄줄지요?
걸어가는 길 옆으로는 아이들이 '계란꽃'이라고 부르는 개망초가 여기저기 피어 있습니다. 한국의 들꽃은 참 예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랍니다.
제천과 충주를 잇는 산길의 정상인 박달재에 올랐습니다. 주차는 주변에 무료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주차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터널이 생기는 바람에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어 요즘은 사랑을 테마로 한 관광지로 탈바꿈 시키고 있었습니다. 길 오른쪽과 왼쪽으로는 조각공원과 목각공원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고 있네요.
금봉낭자는 무슨 소원이 있길래 저렇게 간절하고 기도를 하고 있을까요?
☞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
옛날 박달도령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에 이 고개를 넘어 아랫마을 백운동 평동의 한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서 박달은 금봉을 만나 몰래 사랑을 나누었고, 과거에 급제하고 돌아와 백년가약을 맺겠노라고 언약을 맺었습니다. 금봉이는 도토리묵을 박달이 가는 길에 요기하도록 허리춤에 매달아 주었습니다.
박달이 떠나고 금봉이는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고, 한편 과거에 낙방한 박달은 금봉이를 만날 면목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슬픔에 잠긴 채 금봉이를 찾았지만 금봉이는 기다리다 지쳐 3일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박달은 식음을 전폐하고 슬피 울었습니다.
이때 박달이 고갯마루 방향을 바라보니 꿈에 그리던 금봉이가 춤을 추며 고개 쪽으로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박달은 금봉을 잡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 했지만 손에 미치지 않았고, 금봉을 끌어 안으려 했으나 허공 속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고 말았지요. 그렇게 이 고개는 박달도령의 이름을 딴 '박달재'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공원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은 동물들을 키우고 있더군요. 이 토끼들 정말 정말 귀엽습니다. 바닥에는 얘네들이 먹는 토끼풀이 놓여져 있는데요, 조금 주면 모두 몰려와 먹이를 먹습니다. 어찌나 귀여운지…… ^^*
나더러 먹이 계속 달라고 철조망에 귀여운 발을 걸치고 있는 거 보세요. ^^*
여기는 닭과 병아리가 자라고 있군요. 애들 상태도 건강하고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재미있더군요. 아이들 오면 까르르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고개 너머로는 충주시가 보이네요. 이 길을 내려가면 금봉낭자가 살았던 충주시 백운면이 나옵니다.
길가에 핀 무늬잎수국에 아까 봤던 벌통에서 나온 벌이 붙어 있군요. 무늬잎수국은 주변의 널찍한 잎을 가진 꽃처럼 생긴 것은 위장이고, 가운데 몽글몽글 모여 있는 작은 것들이 꽃입니다. 벌은 귀신같이 꿀 냄새를 맡고 꽃에 달라 붙어 있네요. 한 송이만 꺾어도 꽃다발이 될 것 같죠? ^^*
그 사랑이 얼마나 애절했던지 공원에는 여기저기 그들의 사랑을 테마로 한 조각품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사진 찍기에도 참 좋도록 해 놨네요.
금봉낭자의 혼령을 보고 달려가 안으려고 했던 박달도령을 형상화했나 봅니다. 이 전설이 사실이라면 참 안타까운 이야기죠. 쇠도 녹일 것 같았던 펄펄 끓는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은 상대가 죽지 않아도 아픈 법이니까요.
길 건너편에는 또 다른 공원이 조성되어 있군요. 저기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달재 목각공원이네요. 나무로 조각을 해뒀나 봅니다.
숲을 해치고 낸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길 옆에 만들어 놓은 나무 조각들을 만날 수 있어요.
박달이와 금봉이의 한풀이를 위해 길 옆으로는 두 인물 중심으로 목각공원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각들은 모두 기다림과 그리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볼거리를 찾기 보다는 그들의 전설을 통해 사물을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언덕을 하나 올라와서 우리가 방금 보았던 공원을 내려다 보면 이렇게 생겼군요. 어디든 올라와서 전체를 내려다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요!
이곳은 큰 구경거리를 찾으러 오신다거나 뭔가 색다른 걸 찾으러 오신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랫말에 얽힌 전설과 그 전설을 형상화 한 조각들을 보며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해 공감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 있는 애타는 한(恨)을 되돌아보는 곳이라고 할까요?
6편 계속...
같이 다녔던 제천여행코스 (연재중)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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