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서장대부터 화홍문까지 걸어보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저번 포스팅에서 동장대에서 화성열차를 타고 서장대 아래에서 내렸었습니다. 오늘은 서장대부터 시작해서 잠시 사남각루(화양루)를 구경하고 화홍문과 방화수류정까지 걸어가 보겠습니다. 수원화성(水原華城)의 전체 둘레가 6km가 채 안되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거기에 화성열차를 타서 코스가 조금 꼬이긴 했지만 그래도 실제 성곽길을 한 번 걸어줘야 진짜 제대로 된 구경을 하는 거겠죠?

수원화성은 축성시의 원형이 거의 완벽히 보존되어 있고요, 화홍문(북수문)으로 흐르는 수원천은 지금도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답니다. 그리고 팔달문부터 장안문, 그리고 화성행궁과 창룡문을 이어가는 도로망은 지금도 수원의 주요 도로망으로 사용되고 있죠. 200년 전에 축성되었던 성 전체의 모습을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답니다. 오늘 그 중 일부를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

 

 

따땃한 봄날 저의 무릎과 허리는 조금씩 삐그덕 거리지만 걷는 기분이 정말 상쾌합니다. ^^* 이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서장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가 성곽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 위치한 서장대인데요, 장대는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 역할을 합니다. 성 안밖의 동정을 100리까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수원성 방어의 핵심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층에 보이는 '화성장대'란 편액은 정조 임금님이 직접 썼습니다.

 

 

 

 

 

 

바닥에 바위가 불쑥 튀어 나온걸 보니 장대 건물을 바위 위에다 그대로 지었나 봅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는 지혜가 옅보이네요.

 

 

 

 

 

 

이건 서노대 인데요, 노대(弩臺)란 다연발 활을 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랍니다. 다행히도 전쟁이 없어 아직 미사용 노대랍니다. ^^*

 

 

 

 

 

 

서장대에 올라 바라보면 수원시내가 한눈에 다 보입니다. 바로 앞에 화성행궁이 보이네요. 저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가보도록 할게요.

 

 

 

 

 

 

도심 한 가운데를 성벽이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이채롭네요. 멀리 화서문도 보입니다.

 

 

 

 

 

 

화홍문으로 가기 전에 반대로 조금만 걸어 화양루를 먼저 보고 갈께요. 금방 갑니다. ^^*

 

 

 

 

 

 

수원화성의 성벽은 정말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벽을 끊임없는 곡선으로 만들어 사각지대가 없고, 조금이라도 사각지대가 생기면 성벽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 '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성벽 윗 부분도 위 사진처럼 각도를 주어 좌우 어느 쪽이든 보이도록 해두었네요. 대단합니다.

 

 

 

 

 

 

이곳은 '암문'이라고 하는 말 그대로 성벽에 몰래 뚫어놓은 문인데요, 전시에 적에게 들키지 않고 물자조달 및 병력 보충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위 사진처럼 정면에서 입구가 보이지 않는 곳도 있고, 성벽의 위치에 따라 좌/우에서 보이지 않도록 안으로 움푹 들어간 암문도 있답니다. 유사시 문을 무너뜨려 입구를 봉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서장대가 저렇게 저렇게 생겼군요. 멋집니다.

 

 

 

 

 

 

지나다 효원의 종이란 큰 종이 하나 서있네요. 효원의 종은 관광객들이 타종을 해볼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물론 종을 쳐보는데는 공짜가 아닌데요, 가격은 천원을 내면 쳐 볼 수 있어요. 무분별한 타종으로 종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요금을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3번을 치면 가족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도 잘 될거라고 하는데, 믿져야 본전이니 한번 쳐 봐야겠죠? ^^*

 

 

 

 

 

 

뜨억~ 3미터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키워놓은 자산홍입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가족들과 같이 갔다면 모두 여기 앞에 서서 저~ 멀리 보이는 서장대를 걸고 인증샷을 찍었을 것 같네요. ^^*

 

 

 

 

 

 

벚꽃이 너무 빨리펴서 지금은 없지만, 경기도청 벚꽃축제 할 때는 여기는 벚꽃천지가 된답니다.~

 

 

 

 

 

 

화양루 방향으로는 성벽 밖으로 나와서 걸어볼께요. 이렇게 걸어보는 건 처음인데, 이 길이 더 예쁜데요?

 

 

 

 

 

 

이곳은 '서삼치' 인데요, 서쪽에 있는 세 번째 '치(치성)'이란 뜻입니다. '치'는 성벽 바깥으로 튀어나온 방어시설인데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가까이 다가오는 적들을 공격하기 위한 방어수단입니다. 그런데 치를 구성하는 벽돌을 좀 보세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정말 촘촘하게 쌓았죠? 여러 곳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이런 곳은 무너지지 않도록 좀 더 탄탄하게 지어서 이렇답니다.

 

 

 

 

 

일반적인 성벽은 이렇게 큰 돌과 작은 돌을 섞어 구성되어 있지요. 그런데 옛날에는 저 큰 돌을 어떻게 부셨을까요?

 

 

 

 

 

 

이렇게 부셨습니다. 큰 바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거기에 나무를 집어 넣어 물을 붓습니다. 그러면 나무가 팽창해서 바위가 쪼개지는 원리를 이용했죠. 정말 아이디어 멋지죠?

 

여기서 잠깐!

 

수원화성은 1794년 1월 7일에 착공해서 1796년 9월 10일에 완공하게 됩니다. 2년 6개월만에 5.3km의 성을 완성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축성을 한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처음 축성 당시 예상은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이렇게 발리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축성에 동원된 일꾼들에게 모두 임금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정대신들은 승려와 백성을 징집해서 노역을 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정조는 이를 거절하고 일하는 모두에게 임금을 지급하라 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겨울의 추위에 대비해 방한복과 방한모도 지급했고, 반나절만 일한 백성들에게도 모두 합당한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심지어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상자들을 모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요, 백성들은 단지 급여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대접을 받는 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에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후대에 조선의 22대 임금임 정조를 '대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 알겠죠?

 

 

 

 

 

 

그렇게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으쌰으쌰 해서 만들게된 성벽이 바로 여깁니다. 저기 화양루가 보이네요.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뿅~ 성벽 안으로 들어와서 길다랗게 난 길을 따라가면 화양루가 요렇게 보인답니다. '화'는 수원화성을 뜻하고, '양'은 남쪽을 뜻합니다. 즉, 성의 남쪽에 있는 누각이란 뜻이죠.

 

 

 

 

 

 

 

그런데 성벽에서 왜 이렇게 툭 튀어나오게 만들었을까요?

 

위 사진에서 보는 서남암문부터 화양루까지는 같은 높이의 지대입니다. 조선시대의 전쟁은 고지대를 점령하는 것은 곧 전투에서의 승리를 뜻합니다. 따라서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쪽이 전투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데요, 성곽을 설계한 정약용은 이 고지대를 어떻게 적에게 내주지 않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그의 아이디어가 바로 화양루까지 능선을 따라 성벽을 튀어나오게 짓는 것이였죠. 이로서 이제 공격하는 적들은 모두 성벽에서 아래에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머리 좋은 조상을 둔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머리 좋은 조상이 설계한 아름다운 성벽을 따라 화홍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장안문을 지나 뿅~ 하고 순간이동했습니다. 장안문은 다음에 별도로 소개해드리고요, 오늘은 성벽을 내려와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을 구경해 볼께요.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감시와 지휘'라는 군사적 목적과 정자의 목적을 겸한는 독특한 건물인데요, 보물 제170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방화수류정 오른쪽은 화홍문이라는 수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홍문은 화성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수원천 위에 지어진 수문인데요, 장마철 수원천의 성내로의 범람도 막고 적의 침투를 막는 기능도 있습니다.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 일곱 개의 수문으로 물이 흐를 때 피어오르는 무지개가 참 아릅다운 곳이에요. 그래서 화홍문의 '홍(虹)"자가 바로 '무지개 홍虹'자를 쓴답니다.

 

 

 

 

 

 

'용연'이란 연못과 방화수류정이 정말 잘 어울리죠?

 

 

 

 

 

 

따뜻한 봄날, 연못 주변에 돗자리 펴고 놀면 정말 즐겁겠네요. 없던 사랑도 마구 마구 올라올 것 같죠? ^^*

 

 

 

 

 

 

지금은 비가 많이 오질 않아 수량이 적은데요, 여름에 비가 조금 내리고 그러면 물이 많아집니다. 그때 무지개를 담거나 야경을 담으면 사진이 정말 끝내줍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화홍문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무지개가 항상 피어 있답니다.

 

 

 

 

 

 

삼각대가 없어 대충 가까운 구조물에 기대어 찍은 야경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과학적이고 백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어진 성곽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니 수원여행을 가신다면 수원화성 꼭~ 걸어보세요.

 

 

 

 

 

<오늘 글의 시작과 끝지점 서장대와 화홍문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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