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모닉' 제임스완 공포 완결판이라고? 글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제임스 완, 이름만 보고도 믿고 볼 수 있는 공포영화의 대가죠. 그의 작품인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 등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가 아닙니다. 그는 제작자로 참여했고 시나리오를 제공했을 뿐이지 실제 그 이야기를 화면으로 풀어낸 사람은 변변한 필모가 아직 없는 '윌 캐논'이란 신예 감독입니다. 데모닉이란 영화를 보면서 실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를 이끌어내는 감독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똑같은 시나리오로 다른 감독이 연출하면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한국영화 <스파이>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명세 감독에서 다른 감독으로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었죠.

영화의 흥행을 위해 제임스완 감독의 <컨저링>이나 <애나벨>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건 좋습니다만, 실제 이 영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를 '완결판'이란 단어를 써가면서 마치 프리퀄이나 후속작 정도로 오해하게 만들면서 홍보하는 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요즘 관객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질 않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 배급사는 데모닉 흥행에 대한 자신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전 영화보다 더 정말 잘 만든 영화는 보통 이전 작품들을 언급하며 홍보하질 않죠. 아마 자신이 없으니 이전 작품들의 흥행에 편승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5년전 악마를 숭배하는 일당들이 죽은 악마를 소환하는 의식을 치르던 중, 한 명이 4명의 동료를 모두 잔혹하게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고가 있었던 루이지애나 주의 한 폐가. 영화 <컨저링>에도 나왔었던 워렌 부부를 통해 알려진 이 폐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데, 어느 날 6명의 젊은이들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아 악마들 소환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의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갑니다.

데모닉의 배경이 된 곳은 컨저링에서 나왔던 페론 부부가 살던 로드 아일랜드 주의 해리스빌, 뉴욕 외곽 아미타빌 저택과 함께 미국의 3대 흉가로 알려진 루이지애나 주의 마서 리빙스턴 폐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소만 차용했을 뿐 초자연현상을 연구하는 워렌 부부가 등장했던 <컨저링>이나 <애나벨>과는 스토리상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강령술을 통해 죽은 자와 접촉하는 공포영화 <위자>나 <유령>과 플롯들이 유사한데, 촬영 방식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하고 있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스토리 구성은 임신한 산모를 공포의 소재로 사용하는 <로즈메리의 아기(악마의 씨)>와 닮았습니다.

 

익숙한 소재와 구성으로 안전한 연출을 하고 있는데, 공포와 긴장감의 강도도 약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어색합니다. 하우스 오브 호러 방식의 영화들은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제가 본 느낌은 딱 B급 독립영화 공포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장르 특유의 쫄깃함도 밋밋하고요. 앞으론 공포영화는 찍지 않겠다는 제임스 완 감독을 마치 이 영화를 찍은 것처럼 이름을 들먹이며, 심지어 포스터까지 <컨저링>과 흡사하게 만들어 홍보하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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