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운이 남는 전쟁영화 '새벽의 7인 (1975)'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40년 전의 전쟁영화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 1975)'. 음악과 효과음, 그리고 촬영기법의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히 지금의 영화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순 없겠지만, 감성 표현에서 만큼은 현대 전쟁영화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조국 체코를 위해 그곳이 사지인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적진으로 뛰어 내리는 병사들... 카메라는 차갑고 고요한 체코 프라하를 천천히 비추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뜨거운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THIS IS A TRUE STORY."

 

실화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극 중에서는 작전명이 '새벽(Daybreak)'이었는데, 실제는 '유인원(Anthropoid)'입니다. 2차대전에서 독일의 침공으로 1941년 체코의 망명정부는 영국에 있었는데, 당시 유럽은 독일의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소련마저 궁지에 몰려 있었던 시기였죠. 막강한 전투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독일의 힘에 연합군은 독일을 별달리 제지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연합군, 그리고 유고슬라비아와 폴란드, 그리스 등은 저항운동을 계속했었는데, 체코는 활동이 거의 없어 유럽 국가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던 시기였어요.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체코 망명정부는 '유인원 작전'으로 나치의 2인자이자 독일군 사령관인 하이드리히를 암살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이때가 되겠습니다.

 

체코의 레지스탕스 대원인 얀 쿠비스와 요셉 가브잭, 그리고 카렐 츄다는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낙하산을 타고 체코로 잠입합니다. 제목은 '7인'인데 왜 3명 뿐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는데, 이들의 첫 암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망명정부에서 4명을 더 투입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기차를 티고 베를린으로 가는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다시 2차 계획을 세우는데 차를 타고 이동하는 하이드리히에게 수류탄을 던져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코에서 악명을 떨치던 독일의 2인자는 사망하게 됩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젊은 낙하선병으로 시작된 암살의 성공은 체코인들의 사기는 올렸지만, 사건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 옵니다.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나치는 체코의 리디츠란 마을의 건물들을 모조리 파괴해 버리고 남자들은 모두 학살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참혹한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실제 리디츠는 암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도시였지만, 반항에 대한 본보기로 독일군은 학살을 서슴지 않습니다. 한편, 임무를 완수한 낙하산병들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려는데 배신자의 밀고로 나치군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성당 지하실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모두 숨을 거둡니다.

줄거리는 대부분 실화에 근거를 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기간 중에 나치의 최고위급 장교의 암살은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거의 유일무이한 사건일 거에요. 새벽이 돌아오고 어둡고 색 바랜 프라하의 거리에 장중한 음악이 흐릅니다. (※ 이하 스포 있습니다.) 격렬한 저항 끝에 물이찬 컴컴한 성당 지하실에선 마지막을 알리는 총성이 두 발 흘러나옵니다. 실제 저항 당시 얀 쿠비스는 성당 예배당에서 전투중 사망했는데, 영화에서는 지하실에서 요셉과 같이 자살하는 장면으로 표현 되었습니다. 어둡고 가라앉은 체코의 고색창연한 성당 지하실에서의 이들의 마지막 연기는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감동적입니다.

 

살리고 싶은 자와 죽기를 각오한 자들, 이들은 전쟁이 아니었으면 평범한 농부로, 세관원으로, 그리고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였을 겁니다. 얀과 요셉은 배신자 카렐에 처음엔 분노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그를 용서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카렐 또한 전쟁의 피해자며 아이와 아내를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테니까요. 전쟁은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나치도 밉지만 책상에 앉아 "그대들의 용기와 인내를 높이 산다."고 추켜세우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체코의 대통령 또한 똑같은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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