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도 그리워하는 노포 '용금옥' 추탕(추어탕) | 서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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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휴전회담이 한창이던 시기에 북측 대표단이 묻습니다.


용금옥의 안주인은 안녕하신가?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용금옥은 1932년 개업해 아직까지 성업중인 추탕(추어탕) 집입니다. 지금도 남북이 모여 회담을 나눌 때, 북측 인사가 종종 물어보는 말이라고 하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자주 먹던 음식은 거의 90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늘 궁금하고 먹고싶은 음식이었나 봅니다.

용금옥은 서울식 추어탕을 파는 식당입니다. 세월이 흘러 3대째 같은 맛을 이어 내려오고 있어요. 최근 방송에는 <맛있는 녀석들>에서 4뚱들이 극찬을 하면서 먹었습니다. 심지어 방송 끝나고 포장까지 해갔다고 하죠. 종종 정치인, 연극인, 방송인, 배우 등 거물급 인사들이 자주 찾아와서 운 좋으면 보기 드문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도 등장했던 용금옥.





비가 촉촉하게 내린 날, 따끈한 추탕이 생각나 찾아갔어요.






비오는 늦은 저녁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좋네요.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식사 메뉴는 추탕(추어탕) 하나 밖에 없어요. 뻐 없이 곱게 갈아서 나오는 것과 통 미꾸라지 그대로 끓인 추탕, 둘 중 선택할 수 있어요. 전 미꾸라지 통째로 나오는 것 하나, 그리고 모듬전 하나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각 10,000원, 13,000원.






아무렇게 슥슥 담아 놓은 밑반찬.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한가득 담긴 대파에서도 인심이 느껴지네요.






먼저 나온 건 모듬전. 주문과 동시에 바로 계란옷을 입혀 부치기 때문에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어요.





계절에 따라 전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지금은 명태, 호박, 그리고 동그랑땡, 이렇게 세 종류가 나오네요. 방금 부쳐 따끈하고 간간하니 정말 맛있네요. 두껍게 계란옷을 입어 더 고소하고, 동태전은 특히 살이 두껍고 부드러워 더 맛있어요. 명절에 전 부치는 어머니 옆에 앉아 얻어먹는 딱 그맛이에요. 진심 엄지척!






그리고 바글바글 끓으며 나오는 추탕. 용금옥엔 늘 밥 한공기와 치자로 노랗게 만든 면을 함께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꾸라지가 통으로 들어있는 걸 좋아하는데, 조금 거북한 분들은 곱게 갈아 달라고 하면 그렇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가 좀 안 좋으시면 갈은 미꾸라지가 좋을 거예요. 통 미꾸라지는 조금 굵은 뼈가 씹히거든요.






서울과 중부지방의 추어탕을 다른 지방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 '추탕'이라 많이 부릅니다. 전라도는 뼈와 살을 곱게 갈아 들깻가루를 넣고 끓여 약간 걸죽한 반면, 서울은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고 국물이 빨간 게 특징이에요. 건더기를 보지 않고는 순두부찌개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걸죽한 남원 추어탕을 좋아하는데, 서울 추탕도 약간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아주 좋습니다. 기호에 따라 탁자에 있는 초피나 산초를 넣으면 더 맛있어요. 남북이 갈라진 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용금옥의 맛을 그리워한다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맛있습니다.






주인장 인심도 아~주 좋답니다. 와이프는 추탕을 못 먹어 모듬전을 주문했는데, 맛이라도 보라며 면을 하나 더 주시더라고요. 치자로 노랗게 물들인 면은 잘 퍼지지 않아요.






그리고 통미꾸라지는 쳐다도 못보는 관계로, 맛 보라고 주시는 국물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주시네요. 혹여 국물이 모자라면 언제든 무료로 리필해주시니 부끄러워 말고 맘껏 더 달라고 하세요.


축축하게 비도 내리고 약간은 으슬으슬 추운 봄날 저녁이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배도 든든하게 먹고 갑니다. 주인장님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남북한 사람이 모두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할게요.


※ 돈 내고 먹었습니다.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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