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사도세자를 위해 만든 사찰, 화성 '용주사'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화성 융건릉 옆으로 용주사란 사찰이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신라시대 갈양사란 사찰이 있던 자리인데, 잦은 병란으로 소실되고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조선 정조대왕 시대에 들어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790년에 용주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정조는 백성들에게 덕망이 매우 높은 임금이었는데, 이 절을 짓기 위해 백성들이 십시일반 시주를 하여 자금을 마련하고, 7개월만에 완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웅보전 낙성식 전날 밤 정조는 꿈을 꾸었는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을 용주사(龍珠寺)라 지었습니다. 꼭 종교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살짝 산책을 하기에도 괜찮은 곳이라 날 좋을 때 들러봤습니다.

 

독특하게 이곳에는 일주문이 없어요. 왕의 위패를 모시고 있어 그런건지, 있었는데 유실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절간 들어가는 입구는 사천왕문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게 여긴 참 많네요. 사찰에 홍살문이 있어요. 이 뒤로는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이 붉은 문은 보통 왕의 무덤이나 위패를 모신 곳, 또는 왕의 어진을 모시는 곳에서 종종 볼 수 있죠. 물론 일부 관청 앞에 이런 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문입니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효행박물관이 있어요. 여기에는 정조가 기증한 '부모은중경'을 비롯해서 불처님의 가르침으로 뭇백성을 깨우치고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정조의 친필 문서도 있습니다. 모두 보물로 지정된 것들인데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네요.

 

 

 

 

 

 

효행박물관 앞마당에는 오층석탑이 하나 서 있네요. 사찰에서 탑은 보통 가람 앞이나 법당 앞에 설치하는데 매표소 바로 뒤편에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서 옮겨왔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저 앞 표지판까지 걸어가서 보고 싶지만 잔디를 보호해야한다는 금줄이 처져 있어 들어갈 수가 없군요.

 

 

 

 

 

 

여긴 궁궐일까요, 사찰일까요? 궁궐에서만 볼 수 있는 삼문이 여기 있군요. 왕이 직접 명령해 지은 사찰이 틀림 없나 봅니다.

 

 

 

 

 

 

삼문을 지나면 또다시 오층석탑 하나와 그 뒤로 2층 누각인 천보루가 보입니다. 천보루는 1790년 창건 당시 지어진 건물인데, 초석이 건물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 궁궐의 건축양식과 흡사합니다. 앞에 있는 오층석탑 안에는 부처님의 사리 2과가 봉안되어 있다네요.

 

 

 

 

 

 

탑 앞에는 소원을 비는 초를 킬 수가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한번 켜보세요. 혹시 알아요? 덜컥 이뤄질지요?

 

 

 

 

 

 

천보루를 지나 뒤편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문을 전체 열어두니 시원스레 멋집니다.

 

 

 

 

 

 

안에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도 있고, 기도를 드릴 수도 있는 공간이 있는데, 간절히 기도하는 여성의 뒷태가 나와 모자이크 처리를 ㅎㅎㅎ (저 변태 아니므니다~)

 

 

 

 

 

여기가 용주사의 대웅보전 건물입니다. 이 건물 또한 창건당시 지어진 건물인데, 석가모니와 약사여래,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예쁜 전각입니다.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는 저 여자분의 기도가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그리고 불상 뒤로는 후불탱화가 하나 걸려 있어요. 정확한 이름이 '삼세여래후불탱화'인데 조선 중기 최고의 화가였던 단원 김홍도가 그린 작품입니다. 김홍도는 정조의 절대적인 후원에 힘입어 당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이곳에서도 정조의 명령을 받고 성보를 하나 그렸나 봅니다. 멋지네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단청이 참 아름답죠?

 

 

 

 

 

 

대웅보전 왼쪽으로는 범종각이 하나 있는데 저기에는 국보 제120호로 지정된 고려초기의 범종이 하나 있습니다. 삼존불과 비천상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데 지금 보수 중인가 가림막으로 가려놔서 보진 못했네요.

 

 

 

 

 

 

아까 서두에서 왕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 호성전에서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우람한 탑은 부모은중경탑인데,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를 보답하도록 가르친 불교 경전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정조의 효심을 여기서도 잘 알 수 있겠네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사찰이나 교회, 성당 같은 곳을 둘러보는 걸 좋아합니다. 꼭 종교적인 의미가 없더라도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이런 곳에서 산책을 하는 것도 정말 멋지네요. 그 어디보다 조경도 잘 되어 있고, 국보나 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말입니다. 이곳 바로 옆에는 정조대왕과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융건릉도 있는데, 그곳의 가을 산책이 정말 멋져요. 같이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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