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빗소리에 잠이 깼는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립니다. 카메라가 흠뻑 젖어서 사진찍기는 조금 힘들지만 그런 불편은 감내할 수 있습니다. 내 기억속의 경주는 공기도 냄새도 아주 상쾌한 곳이였습니다. 새벽에 비가오니 문득 독락당(獨樂堂)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양동마을이 궁금해졌습니다. 차로 15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거리니 한번 들러봐야겠죠. 오늘은 회재 이언적이 어린시절 뛰어놀던 마을로 들어가 봅니다.
그리고 이 마을은 2010년 7월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곳은 한국 최대 규모의 대표적 조선시대 반촌(양반마을)으로 기와집과 초가집 160호가 집중되어 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양동마을 입장료는 무료라는 것!
자, 조선시대로 들어가 봅시다.
이 곳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안계(安溪)라는 개천입니다. 백로로 생각되는 새 한마리가 개구리를 잡고 있습니다. 비오는 오전이라 차들만 다니고 사람은 안보이네요. 지금 카메라는 3년간 잘 썼는데 요즘 렌즈가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화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광각부터 슈퍼줌까지 커버되는 탐론18-200mm 이나 탐론18-270mm 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표준줌렌즈(17-50mm) 들고 여행하면서 사진찍기란 여간 곤욕이 아닙니다. 풀프레임 바디는 비싸서 꿈도 안꿉니다. ㅋㅋㅋ 혹시 DSLR 지를까 고민하시는 여행블로거분들은 참고하세요. 저의 사진은 100% 캐논550D 크롭바디와 탐론17-50mm 표준줌렌즈입니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孫)씨, 여강 이(李) 두 양반가의 집성촌입니다. 회재 이언적(李彦迪)의 부친이자 성종의 총애를 받던 성균생원 찬성공(贊成公) 이번(李蕃)은 손소(孫昭)의 7남매 가운데 장녀와 결혼했습니다. 이번(李蕃)은 손소의 장녀와 결혼하고 거처를 이곳 양동마을로 옮기고 여기서 동방5현으로 불리우는 회재 이언적(1491-1553)선생을 낳게 됩니다. 그렇게 되어 양동마을은 이씨와 손씨 두 가문에 의해 형성되었는데요, 이 마을을 '외손마을'이라 부르는 것에 이런 이유가 있답니다. 그리고 양반이 처가살이 한다고 좀 이상하다고 하실 분들이 계실텐데요, 조선초기까지만 해도 남자가 결혼 후 처가로 들어가서 사는 경우는 흔한 일이였습니다.
항상 이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간 이날은 대부분의 고택은 잠겨 있었고 출입금지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이언적 외할아버지 손소의 집인 서백당도 보질 못했습니다. ㅠㅠ
아 한군데 보긴했구나, 관가정. 이곳은 뒤에 사진과 이야기 할께요.
마을의 가운데는 안계(安溪)라는 개천이 흐르는데요,
그 개천 옆에는 이런 연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비오는날 연꽃을 보는건 첨이네요.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날은 많이 봤는데 촉촉한 날에는 또 이런 아름다움이 있군요.
잠시 수련을 감상할까요?
관가정(觀稼亭)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초가집들.
양동마을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제가 이 말씀을 왜 하냐면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조용히 구경해야하고요,
그리고 대문이 닫힌 집은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마당으로 불쑥불쑥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초가집 담벼락에 머루나무가 비를 맞아서 더 싱그럽게 보입니다.
크하하하
『 절대 접근금지. 물린 사람 억수로 많음 』
이집 개님에게 물린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ㅋㅋㅋ
관가정(觀稼亭) 앞에 있는 4칸 초가집.
남부지방이지만 독특하게 대청마루가 없는 형태네요.
아무튼 대나무로 만든 낮은 담장아래는 접시꽃이 알록달록 이쁘게 피어 운치있습니다.
접시꽃이 초가집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천 낙안읍성 초가에도 접시꽃이 많이 피어 있었죠.
부엌으로 들어가는 섬돌 앞에도 예쁜 꽃들이 한웅큼 피어 있습니다. 이쁘죠?
이 꽃 이름이 뭘까요?
관가정(觀稼亭), 보물 제442호.
여기는 회재 이언적의 외삼촌 손중돈(손소의 아들)이 분가하면서 지은 집입니다.
관가정(觀稼亭)이란 한자말 뜻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본다'는 뜻이랍니다.
다른 사람들 블로그 보면 관가정 내부의 사진도 있던데, 제가 간 날은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져 있었습니다.
비수기 전문블로거.... 사람없는건 좋지만 이럴때는 좀 불편하네요. ^^*
아무튼 이름에 걸맞게 관가정에서 바라본 넓은 들녘은 일대 장관입니다.
관가정에서 바라본 들녘.
이렇게 보니 관가정. 이름한번 제대로 지었단 생각이 드네요.
혹시 아까 '개조심 물린 사람 억수로 많음' 그 강아지?
째려보는 눈 빛이 예사 것이 아닌데....ㅋㅋㅋ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만 돌아다니니 사진이 없어 건물의 설명을 할 수가 없네요.
위 사진에 숲이 우거진 기와집이 강학당과 이향정인데 문이 잠겨 있었어요.
뭐 어쩌겠습니까, 풍경이나 실실 구경하고 돌아다녀야지요~ ^^*
1773년 영조때 지어진 두곡고택.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고택입니다.
동호정 앞에 있던 묘하게 생긴 나무.
나무가 꼭 혈관 같이 생겼어요. 으스스하기도 하고... 그런데 전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ㅎㅎㅎ
동호정(東湖亭)
이 곳은 철종 5년(1844)경에 이언적의 4대손인 수졸당(守拙堂) 이의잠(李宜潛)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정자입니다.
다른 소린 제쳐두고 이 동호정이 사랑스런 이유는 관가정보다도 풍경이 조금 더 훌륭하다는 것이죠.
사진으로는 다 나오지 않지만 실제 눈으로 본 풍경은 여기가 조선인지 현대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호정에서 양동마을을 바라본 풍경.
사진의 가운대로는 안계(安溪)라는 시내가 흐르는데, 마을은 이 안계를 기준으로 동서로는 하촌(下村)과 상촌(上村),
남북으로는 남촌과 북촌의 이렇게 4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반가옥과 하인들의 집의 배치는 높은 지대는 양반의 기와집이 들어서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집들이 양반가옥을 빙 둘러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동호정 뒷문으로는 작은 오솔길 산책로가 나 있습니다. 걸어가 봅니다.
이런 꽃길이 한참동안 구불구불 나 있는데 기분이 참 좋네요.
근데 비가와서 젖은 풀잎들로 바지는 흠뻑 젖었습니다.
잉? 넌 혹시 배추?
왠 배추가 콘트리트와 벽돌 사이에서 자라지?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길 가운데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이렇게 마을 한바퀴 산책이 끝납니다.
경주 독락당에서 하룻밤 묵고 옥산서원을 둘러본 다음, 여기도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도 그대가 깜짝 놀랄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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