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고대성곽, 공주 공산성 벚꽃길 산책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백제의 문주왕(475년)은 한성에서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긴 적이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던 성곽이 충남 공주의 공산성인데요, 문주왕을 비롯해서 삼극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538년)까지 백제의 도읍으로 사용하다가, 이후 사비(지금의 부여)로 도읍을 옮겼는데, 그 64년간 백제의 왕성(웅진성)이었던 곳입니다.

성의 총 길이는 2,660미터이고 동서남북 네 곳에는 문이 있는데요, 남쪽의 진남루와 북쪽의 공북루는 아직 남아 있고, 동쪽과 서쪽의 문은 1993년에 복원되었습니다. 성 내부에는 백제시대 때 왕궁인 웅진성을 지었던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요, 건물은 복원이 되지 않고 흔적만 남아 있더군요. 금강을 바라보며 한 바퀴 휘~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리니까 크게 힘들지 않고 상큼한 산책이 될 거에요.

 

 

매표소에서 바라보면 서쪽 문인 ‘금서루’가 위풍당당하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네요. 세월이 지나 건물은 다 허물어지고 성내로 진입하는 차도로 사용되다 1993년에 복원된 문입니다.

 

 

 

 

 

 

공주시엔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관광지 곳곳에 설치되어 있더군요. 오르막 내리막이 많이 없는 도시라서 이용하면 정말 편리합니다. 그런데 최근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관한 법률이 바뀌면서 본인 확인 방법이 없어 주민등록번호로는 빌릴 수가 없더군요.

 

 

 

 

 

 

지금은 공주시 자전거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카드는 공주시청 ‘교육체육과’에서 수령하시면 됩니다. 이건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어 발생하는 과도기적 불편함이니 조만간 새로운 인증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빌린 자전거는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고 다른 자전거 대여소에 반납하셔도 되니 정말 편리하겠더군요.

 

 

 

 

 

 

공주 공산성은 입장료가 있는데요, 어른 1,2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입니다. 그런데 제가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모든 유료 문화유적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이건 꼼수가 아니고 공주시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저도 공주에 있는 모든 유적지를 무료로 관람했답니다.

 

 

 

 

 

 

바로 공주시 홈페이지에서 발급해주는 ‘온누리공주시민증’을 발급 받으시면 됩니다. 이걸 발급받으면 유료 문화유적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주시에서 운영하는 한옥마을 숙박료도 20% 할인을 받을 수 있고요, 공주시 곳곳에 있는 온누리가맹점에서 최대 2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절차도 번거롭지 않기 때문에 공주여행에선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가족들도 모두 등록하면 위 사진 아래처럼 가족들도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고요, 주소는 공주에 있는 맘에 드는 아무 주소를 넣으시면 됩니다.

 

 

 

 

 

 

공주온누리시민증으로 당당히 무료입장을 하고 금서루 쪽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입구엔 비석들을 모아둔 비석군이 보이는데, 공주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들입니다. 대부분 인물들의 공덕을 칭송하는 내용들이네요.

 

 

 

 

 

 

금서루로 들어와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고민하다, 저는 조금 더 가파르게 보이는 오른쪽으로 올라왔어요. 초반에 바짝 올라가야 나중에 쉬운 법이니까요. 원래 공산성은 백제시대에는 토성이었는데요, 조선시대 때 석성으로 개축되었습니다. 지금도 공주 곳곳에 있는 개천의 바위들을 보면 조선시대 석공들이 돌을 자르려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동학사 앞 개천에서 손 씻다가 보이는 바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의! 성벽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성 안으로 난 반듯한 길로 다닐 수도 있는데요, 성벽을 따라 걸으실 땐 주의하셔야 돼요. 이렇게 성벽 밖으로는 낭떠러지가 계속 이어집니다. 놀러 왔다가 요단강 건널 수도 있으니까요!

 

 

 

 

 

 

 

 

 

 

 

성 내부에는 벚꽃들과 여러 종류의 알록달록한 봄 꽃들이 만발해 있어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어요. 성 내부로 난 숲길을 걷는 것도 좋은데, 성곽을 따라 걷는 것도 색다릅니다. 개인적으론 성곽을 따라 걷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첫 번째 낮은 언덕을 살포시 올라오면 꼭대기에 ‘쌍수정(雙樹亭)’이란 정자가 기품 있게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너른 공터에 낮은 나무토막으로 표시를 해둔 곳은 옛날 웅진성 건물이 서 있던 터인데요, 건물은 아직 복원이 안되어 있고 터만 남아 있네요.

 

 

 

 

 

 

쌍수정은 1734년, 조선 영조 때의 관찰사 이수항이 인조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입니다. 인조는 이괄의 반란(1642)을 피해 공주로 피난을 왔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공산성에서 6일간 머무르며 이곳에 서 있던 두 그루의 나무 아래에서 반란이 진압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난이 진압되었다는 소식을 받은 인조는 자신이 기대고 있던 쌍수(雙樹)에 정삼품 작위를 내렸는데, 훗날 나무들이 늙어 없어지자 그 자리에 이수항이 쌍수정을 만들었습니다.

 

 

 

 

 

왕궁터 주변을 돌아보다 바닥에 10미터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패여 있는 곳이 있네요. 이곳은 백제시대 때 만들어진 인공연못입니다. 물을 끌어들이는 시설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빗물을 받아 물을 저장해 두고 사용했나 봅니다. 화재가 났을 때 소방용도로도 썼겠죠. 현대에도 이렇게 땅을 파서 허드레 물로 농사도 짓고 세차를 해도 될 법한데 말입니다.

 

 

 

 

 

 

 

 

 

 

 

성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면 예쁜 봄 꽃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성 밖에서 바라보면 가던 차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는데, 성 안에서는 다채로운 꽃들로 더할 나위 없이 예쁩니다. 벚꽃뿐만 아니라 하얀 목련, 노랗고 하얀색의 민들레, 보라색 봄까치꽃(큰개불알풀)까지 곳곳에 피어 있어요.

 

 

 

 

 

 

걷는 재미는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 것이 웬만한 트래킹 코스보다 낫습니다. 문화유적지인 동시에 시민들의 충분한 휴식공간으로서도 훌륭한 곳이네요.

 

 

 

 

 

 

공산성의 남쪽에 있는 ‘진남루(鎭南樓)’는 조선시대 삼남의 관문이었어요. 조선 초기에 석성을 다시 쌓으면서 세운 문루인데요, 옆으로 동쪽으로 향해있는 높은 성곽길이 보이네요. 공주를 대표하는 인물 중에 박찬호 선수가 있죠. 박찬호 선수가 저 계단을 토끼 뜀으로 오르내리며 연습을 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렇게 진남문 앞에 있는 쌍수교를 지나면 움푹 패인 지형에 자리잡은 ‘영은사’란 작은 사찰을 만나게 됩니다. 영은사는 조선 세조 때에 지어졌는데 승병들이 훈련을 하던 사찰이었는데, 광해군 때에는 승장을 두어 전국 사찰을 관리하도록 했다고 하네요.

 

 

 

 

 

 

진심으로 이곳을 찾는 분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영은사 앞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이 북쪽인데요, 공주시는 금강을 사이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어져 있어요. 그런데 서울과는 다르게 강북이 신시가지고 강남이 구시가지입니다.

 

 

 

 

 

 

비탈에도 석축이 쌓여 있는데 가운데 나무를 베지 않고 걸쳐 쌓은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오래 전 여길 지키던 병사들이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을 피해 저 나무 아래에서 쉬었을지도 모를 일이겠죠?

 

 

 

 

 

 

금강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곳에는 만하루(挽河樓)와 바닥이 푹 꺼진 독특한 연지 구조물이 보입니다. 언뜻 로마시대 대중목욕탕처럼 보이는 이 구덩이는 단(段) 형태로 석축을 쌓아 동쪽과 서쪽에 통로를 둔 깊이 9미터의 인공 연못인데요, 내려갈수록 크기가 줄어드는 역피리미드 형태를 하고 있네요. 특히 연못 가장 아랫부분에는 성의 안과 밖을 몰래 출입할 수 있도록 만든 암문이 있는데요, 지금은 물이 차 있어 확인하진 못했네요.

 

 

 

 

 

 

‘옥사체험’ 이런 것도 체험해야 하나 싶지만 아무튼 재미있는 체험이네요. 아이들과 깔깔대며 나무로 된 감옥에 갇혀보고, 곤장도 맞아보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활 쏘기나 만들기 체험 등도 주말과 휴일에는 열리니 가족들과 산책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에 앞서 온누리공주시민증은 꼭 챙기시고요!

 

+ 휴무 : 연중무휴 (추석과 설날 당일 휴무)

+ 입장료 : 어른 1,2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 (주차료 무료)

 

 

공주여행기 3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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