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을 종식시킨 천재 수학자 이야기, 실화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998년까지 사용된 애플의 로고를 기억하십니까? 무지갯빛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모양이었죠. 애플의 이 로고는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의 실제 주인공인 앨런 튜링(1912~1954)을 상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애플사에서 정식으로 확인해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킨토시의 기초가 되었던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앨런이었고, 앨런이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할 때 먹었던 사과의 품종이 매킨토시이기 때문에 그렇게 추측하고 있죠. 그 외에도 많은 설들이 있지만 제가 볼 땐 이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앨런은 동성애자였는데 성 소수자를 의미하는 것이 무지개라 그 추측에 힘이 실리기도 하고요.

'이미테이션 게임'의 뜻은 '튜링 테스트'라 불리는 인공지능 판별법을 말합니다. 1950년 앨런 튜링이 발표한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란 논문에서 소개되었던 이 판별법은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방법은 후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1982년 <블레이드 러너>란 영화에서도 튜링 테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고요, 작년에 개봉했던 <오토마타, Automata> 또한 같은 맥락의 선상에 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어로 '수수께끼'란 의미의 에니그마(Enigma)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 정보부에 스카우트 된 수학자 엘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에니그마로 된 독일군 암호는 24시간마다 바뀌는데다 거의 무한대의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이 풀려면 2천만 년이나 소요되는 복잡한 암호였는데요, 천재 수학자 앨런은 결국 이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공으로 전쟁이 종식되었지만, 이 사실 또한 비밀에 부쳐야했던 영국 정보국은 그를 동성애자로 처벌하고 처참하게 방치시킵니다. 당시는 동성애가 법에 저촉되는 범죄였습니다. 결국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설명되듯이, 영국 정부는 2009년에 앨런 튜링을 범죄자로 몰았던 것에 사과를 했고, 2013년에 와서야 영국 여왕은 그를 사면했습니다.

 

모튼 틸덤 감독은 영리하게도 앨런의 지대한 업적을 나열하는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 그의 유년기 1920년대,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0년대, 그리고 종전 후 동성애자로 처벌 받던 1950년대를 넘나드는 교차편집의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암호를 해독했지만 독일군이 눈치 채는 것을 염려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의 중요한 전투에만 해독된 암호를 이용해서 서서히 전세를 뒤집는 내용 등 치밀한 구성도 돋보입니다. 첩보영화로는 대단한 수작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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