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이 이제 감이 떨어졌나? 영화 '루시(Lucy)'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994년 영화 <레옹>을 기억하십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인 레옹(장 르노)과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자신도 킬러가 되겠다는 어린 여자아이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순정 멜로같은 사랑은 과격한 액션과 함께 묘한 장르적 결합을 이룬 명작이었죠. 이 영화의 감독 뤽 베송은 그 후, <제5원소>, <택시>, <트랜스포터>, <테이큰> 등으로 천재성을 드러내며 우리의 뇌리에 완전히 각인 된 명감독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가 이 번엔 한국배위 최민식에 영화 <그녀, Her>에서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100% 발산했던 스칼렛 요한슨까지 캐스팅하며 영화 <루시, Lucy>로 떠들썩하게 스크린으로 복귀했었죠. 세간에 좋은 평도 많았지만 악평도 참 많았던 영화인데,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보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최민식이 주연했던 <명량>이 매일같이 한국영화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을 때, 영화 <루시>도 개봉을 했습니다.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등으로 최근 세간의 구가를 달리고 있는 그가, 낭창낭창한 금발의 바비인형같은 때로는 터프한 말괄량이 같고, 범접할 수 없는 미모인 것 같으면서도 친근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과 이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대체 어떤 영화길래?" 라는 폭발적인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봤을 때, 저는 조금 실망했어요. 물론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론 "이게 진짜 뤽 베송 영화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평범한 학생인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는 어느 날, 가방을 미스터 장(최민식 분)에게 전해달라는 남자친구의 부탁으로 호텔로 찾아가지만, 악랄한 범죄조직의 동양인 보스인 미스터 장은 가방 안에 있는 C.P.H.4란 이름의 약물을 그녀의 뱃속에 넣고 봉합한 뒤, 다른 곳으로 운송하도록 강제합니다. 어디론가 끌려간 그녀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뱃 속의 약물이 터져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하고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 10%를 넘어 루시의 뇌는 100%를 향해 폭주합니다. 그녀는 이제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 슈퍼우먼으로 거듭나지만, 미스터 장의 일당들이 약물을 되찾으려 그녀를 뒤쫓고 있습니다.

 

 

 

 

 

영화는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흘러갑니다. 웬만하면 관객의 상상력을 동원하도록 해줘도 될 법 한데,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학자인 노먼(모건 프리먼 분)을 통해 동영상 강좌같이 친절하게 강의를 해줍니다. 마치 80년대 대중가요의 뮤직비디오처럼 가사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화면으로 표시하듯 영화는 지나치게 친절한 덕분에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건 큰 단점이죠. 이런 엉성한 시나리오로 봤을 땐, 제작자에게서 수많은 칼질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50대 중반의 창창한 나이에 벌써 감이 떨어졌던지...

 

그리고 눈짓만으로 수많은 사람을 쓰러뜨리고 총으로도 죽일 수 없는 그녀와 맞서는 무리가 고작 최민식을 앞세운 지하 3류 범죄조직이라니?! 이정도 급이면 어벤져스 주인공들 모조리 붙여도 안될 성 싶던데 이런 얼치기 시나리오가 다 있나요. 물론 신과도 견줄 수 있는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루시의 상대로 초능력 하나 없는 천한 것들을 데려다 놓으면 더 빛나 보이긴 하겠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에 투자자의 칼질이 의심이 안되야 안될 수가 없는 장면이었어요. 부패형사 게리올드만의 범죄조직보다 더 잔인한 폭력 속에서 레옹과 마틸다와의 아슬아슬 줄타는 사랑을 표현했던 그의 머리에서 나온 장면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솔깃한 설정과 캐스팅에 편승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SF영화에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것의 방향과 강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뇌를 100% 가동하게 되면 초능력이 생긴다는 입증이 되지 않은 과학적인 가설을 가지고 신빙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공명을 일으킬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불편하시겠지만, 아무튼 뤽 베송감독! 다음 영화는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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