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이 느껴지는 스티브맥퀸의 영화 '헝거(Hunger, 2008)'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제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감독의 영화를 모두 리뷰 하겠다고 했었나요? 기억이 안 나네요.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헝거, Hunger, 2008>입니다. 이 영화는 맥퀸 감독의 데뷔작인데 2008년 당시 평단의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는 개봉한 <노예12년>이란 영화로 아케데미 시상식의 최고의 영예인 '예술작품상'을 거머쥐며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습니다. 브래드피트는 맥퀸감독의 데뷔작인 <헝거>를 보고 그에게 반해서 끈질긴 구애끝에 나온 작품이 바로 <노예12년>이였죠. 오늘 포스팅으로 맥퀸감독이 만든 영화 세 편을 모두 감상하고 리뷰를 남겨봅니다.

나머지 두 편의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확인하세요.

 

기막힌 사연의 실화영화 '노예 12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영화 '셰임(Shame)' 설명서

 

 

 

 

 

 

 

 

우리의 역사와 닮았다.


이 영화는 한국의 역사와 많이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우리의 역사를 농락하는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시절 안중근 의사는 대한의군참모중장의 자격으로 대한제국을 침략하고 사람과 물자를 빼앗고 국민들을 학살한 원흉,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했기 때문에 이는 전쟁의 일환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전쟁포로로 대우해주고, 군사법정에 세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를 묵살했고, 반대하는 전세계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흉악범 취급하며 사형을 서둘러 집행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고했다며 당시 사형을 집행했던 집행관들을 모아 파티를 벌였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화 '헝거' 또한 영국의 대처 내각이 아일랜드 독립군 IRA((Irish Republican Army)를 정치범 취급을 하지 않고 테러리스트 취급함에 있어 맨 몸뚱아리로 옥중에서 저항하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역사


이 영화는 영국에 점령당한 아일랜드의 비극적인 역사와 맞물려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역사를 조금 알 필요가 있습니다. 12세기 중엽에 영국의 헨리2세는 아일랜드를 침공해서 대영제국의 휘하에 두게 됩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우리의 독립군과 비슷한 성격의 IRA(아일랜드 공화국군)가 활동하게 되는데요, 장기간 독립운동을 펼친 결과 결국, 1922년 북부의 얼터스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아일랜드는 자치령으로 바뀌고, 1937년 에이레라는 이름으로 독립하게 됩니다. 그 후, 1949년에 와서 영연방(United Kindom)에서 탈퇴하고 완전한 독립국 지위를 되찾게 됩니다. 그런데 영국은 북부 얼터스지방은 계속 영국령으로 남겨두자 북부지방의 IRA는 해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전개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딱 이때입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가 되자 영국은 한 발 물러나 북아일랜드를 별도의 헌법을 가진 자치국으로 만들지만, 지금까지도 영국연방에서 탈퇴하진 않고 있습니다.

 

 

 

 

 

 

 

 

눈물나는 맨몸뚱아리 투쟁


1981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 있는 메이즈 교도소에는 공수부대의 실탄발사에 맞서 돌맹이를 던졌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라는 혐의로 27살의 '바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가 1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는 교도소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저항은 모두 시도해보지만 영국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않자 66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다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옥중투쟁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1980년 12월, 독립군인 아일랜드공화군의 정치적 지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점령국인 영국은 그들을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정치범 지위를 박탈합니다. 이는 마거릿 대처 영국수상의 실제 육성으로 발표됩니다.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IRA 투사들은 리더인 '바비 샌즈'를 중심으로 죄수복 입기를 거부하며 모포 한 장으로 생활하는 '모포투쟁'과 오줌과 변을 감옥 곳곳에 투척하는 '오물투쟁' 등을 전개합니다. 이들의 맨몸 투쟁에 교도소 측의 대응도 무자비하게 진행됩니다. 강제로 끌고가 몽둥이로 구타하고, 머리를 자르고, 강제로 막대걸레로 씻깁니다.

 

 

 

 

 

죽음 말고는 방법이 없다.


영화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죄수와 교도관. 이 두 부류는 단순히 죄수와 교도관이 아니라,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고,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됩니다. 투쟁하는 가해자와 투쟁을 직업적으로 받아내는 교도관 피해자들, 진압하는 교도관들의 가해와 그 탄압을 이겨내는 IRA 피해자들. 처음부터 끝까지 투쟁의 일거수일투족을 영화는 극도로 대사를 아낀 채 카메라가 기록하듯이 따라 붙습니다. 정치범 대우를 해주고 죄수복이 아닌 자율복장을 입게 해달라는 IRA들, 테러는 테러일뿐 절대 정치는 아니라는 철의 여인에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국제사회에 이 사실을 알리는 길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바비 샌즈의 단식이 시작되자 국제사회는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특사를 보내 단식을 그만 둘 것을 권고했으며,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사람을 보내 면회했습니다. 단식이 계속되던 중에 바비 샌즈는 영국 하원의원에 출마해서 당선되었는데, 북아일랜드 독립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끝까지 철의 여인은 IRA를 정치범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독립군 정치범으로 인정하는 순간 영국이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마치 일본이 대한민국 독립군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범이라고 부르는 것 처럼.

 

 

 

 

 

 

 

 

종달새는 가둘 수 있어도 노래까지 가둘 수는 없다.


이 영화는 대사를 극도로 아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연인 마이클 패스벤더의 대사는 딱 한 장면 밖에 없고요, 그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가 영화 전체 대사의 90%를 넘게 차지합니다.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15분이 넘는 롱테이크의 이 장면은 바비 샌즈가 단식투쟁에 들어가기에 앞서 도미닉 모란 신부님(리암 커닝엄)과 생명과 윤리에 관해 나누는 논쟁입니다. 접견실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담배를 피우며 이 둘은 단식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의자를 피력하고, 신부는 그러다 죽을 것이 뻔한 그를 말리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그의 단식투쟁에는 IRA 용사 75명이 참여하는데,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이 뒤를 이어 단식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7개월간 총 9명이 단식투쟁으로 목숨을 잃고 정부는 그들의 조건을 수용하지만 끝까지 정치범 지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처는 스물일곱 살 북아일랜드 청년이 빵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는 66일 동안의 단식 끝에 숨을 거둘 때까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바비 샌즈는 감옥에서 화장지에 시를 적어 밖으로 내보냅니다.

 

한 마리의 종달새를 가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노래까지 가둘 수는 없다.

 

칸영화제는 이 재능있는 감독에게 '황금카메라상'을 쥐어줬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Directed by Steve McQueen'이란 자막이 올라갈 때 전율이 느껴집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다른 영화리뷰가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확인하세요.

 

기막힌 사연의 실화영화 '노예 12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영화 '셰임(Shame)'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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