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사연의 실화영화 '노예 12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지난 주말 심야시간을 이용해 영화 <노예 12년>을 관람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를 평가하면 '명작'이었습니다. 이토록 가슴 쓰라리고 기막힌 사연을 담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감독의 필모는 몇 안됩니다. 영국에서 제작된 2008년 첫 장편영화 <헝거, Hunger>와 2011년 <셰임, Shame>으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헐리우드 작품으로 는 첫 영화가 바로 <노예 12년>입니다. 이전 영국에서 제작한 두 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감각적인 연출력과 특히, 영상에 있어서 그의 놀라운 감성은 매우 돋보이는데요, 아마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을 것 같지만 그는 제작자 '브래드 피트'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실존인물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노예 12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1853년 실존인물 '솔로몬 노섭(Solomon Northup)'은 노예상인들에게 끌려가 12년간 자신이 직접 경험한 노예생활에 관한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이 쓴 책이 아니고 직접 몸으로 고통을 느낀 장본인이 쓴 책이라 세상에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한 해 먼저 출간되었던 <톰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해방에 관한 인식을 널리 알리는데 큰 일조를 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죠. 2014년 골든글러브 작품상을 움켜쥐고, 올해 아카데미 9개 부문 노미네이트가 되었고, 잠시 후 몇 시간 뒤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까 궁금하네요. (3월3일 추가 -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과, 예술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하루 아침에 노예가 된 기막힌 사연.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1841년 북부지방 뉴욕에서 바이올린 연주가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Chiwetel Ejiofor)'은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큰 공연단에서 보수 좋은 일자리 제안을 받고 워싱턴으로 간 그는 노예상인들에 납치되어 팔려갑니다. 이렇게 그가 납치되었던 이유는 약간의 미국 역사를 알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808년 미국은 흑인 노예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는데요, 이로 인해 미 남부의 농장에는 노예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됩니다. 이로서 미 전역에는 빛을 진 흑인들을 노예로 팔아 넘기고, 심지어 자유인 마저도 납치해서 신분 세탁을 한 뒤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팔려간 솔로몬은 '플랫'이란 이름으로 신분세탁 되어 노예제도가 합법화 되어 있는 루이지애나주에서 2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와 에드인 엡스(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를 거치며 12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게 됩니다. 매일 같이 목화를 따고 사탕수수를 베며, 바이올린을 키던 솔로몬은 온갖 폭력과 억압이 난무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탈출기회를 노린 끝에 우연한 기회로 극적으로 구출되게 됩니다. 영화 제목만 보더라도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결말은 노출했습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빛나는 연출력

 

영화 <노예 12년>에서는 가식과 포장은 전혀 없습니다. 자유의 몸에서 납치되어 하루 아침에 노예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그야말로 잔혹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그를 불쌍하게 표장하거나 애써 농장주들을 나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솔로몬을 불쌍하게 포장하는 순간, 아마도 이 영화를 버티는 힘은 사라지고 말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맥퀸 감독의 의도가 곳곳에서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억울하고 가슴 답답하고, 공포스럽고, 분노했는지 치웨텔 에지오프의 연기만으로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했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열연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 마음속에는 2014 아카데미 남우주연으로 꼽고 있었는데, 잠시 후, 3시간 후에 발표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바뀔 것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드네요. (3월3일 추가 - 둘 다 못 받았네요 ㅠㅠ)

 

이 영화에는 유독 롱테이크로 담은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의 화면이 롱테이크로 가고 있는데요, 가끔은 화면이 '왜 넘어가지 않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길게 갑니다. 영리한 스티브 맥퀸 감독은 아마도 관객들이 생각할 사간을, 그리고 분노하고 같이 공감할 시간을 주려고 한 의도 같습니다. 특히, 솔로몬이 나무에 매달려 발가락 하나로만 목숨을 버티고 있을 때의 대사 한마디 없는 기나긴 롱테이크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 동안 머리 속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노예들에게는 이제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양 죽음의 기로에서 싸우고 있는 솔로몬과는 달리, 그의 등 뒤에서 아이들은 뛰어 놀고, 여자들은 빨래를 널고, 남자들은 일하러 걸어가는 대조적인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감정이 아주 격동합니다. 영리한 감독의 빛나는 연출이 매우 돋보입니다. 결국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최고의 상인 '예술작품상'을 스티브맥퀸에게 쥐어줍니다.

 

 

<사진 - 치웨텔 에지오포(좌)와 감독 스티브 맥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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