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충만~ 몸은 쌩고생~ '태국 침대기차 이용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2019년 여름이 오기 전에 떠났던 태국 여행.

북부 빠이를 시작으로 치앙마이를 들러 중부 후아힌을 지나 프란부리까지 내려왔는데요.

오늘은 프란부리를 떠나 남부 휴양지 '끄라비'로 향하는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프란부리는  외국 관광객이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끄라비까지 한번에 바로 가는 비행기나 직행버스는 없습니다.

아마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워낙 외국인이 없는 동네라서 블로그나 구글에 알려진 방법이 없더라고요.

여행 전 몇일간 자료를 파고 파고 보니 끄라비까지 갈 수 있는 방법든 두가지

 '미니밴+버스'와  '기차+버스'

미니밴은 말그대로 미니한 밴을 타고 여기저기 들러서 가기 때문에 패스~

그나마 편한 기차와 버스를 선택했는데

기차가 더 설레였던 것은 '침대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누워가는게 뭐가 그렇게 감성을 흔들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뭏튼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감성은 충만~ 몸은 쌩고생~ '태국 침대기차 이용기'

 

 

 

중부 프란부리에서 남부 휴양지 끄라비까지는

중간에 수랏타니라는 도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다시 끄라비까지가는 버스를 갈아타야합니다.

침대기차는  특히 심야시간대는 인기가 많습니다.

돈을 절약해야하는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이동을 하면서 잠을 자니 하루 호텔비를 절약할 수 있거든요.

인기가 많은 만큼 예약을 미리 하는게 좋은데요.

예약은 꼭 출발기차역이 아니라 모든 역에서 가능합니다.

그래서 프란부리에 오기전 후아힌에 있는 Nong Kae역(시카다마켓 근처)에서 예약 했습니다.

 

 

Nong Kae역은 보이는 액자가 기차스케줄일 정도로 작은 기차역입니다.

모든 기차가 정차를 하지 않는 곳이지만

모든 기차역의 표를 예매할 수 있습니다.

 

 

역사가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여서 예약이 안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왠욜~~~~

역무원이 컴퓨터를 툭탁 툭탁 져서 '전국 예매 전산시스템'으로 로그인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오른쪽 보이는 프린터로 '찌릭 찌릭~'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차표를 출력해줍니다.

 

 

침대칸 기차는 1층과 2층 두가지가 있으나

그중 더 인기있는 1층은 만석이라고 합니다.

저희 부부 모두 2층 침대칸을 예약하고

역무원은 출발역, 도착역, 날짜, 좌석번호를 꼼꼼히 저에게 확인을 시켜주십니다.

 

'Airconditoned Second Class Upper Bed' (522밧)

해석하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 나오는 2등급 2층 침대자리 '(20,800원)

 

1등급 침대칸은 '1인 독방'으로 기억합니다.  저희에게는 엄청 비싼~

 

 

그렇게 후아힌에서 예약한 기차표를 가지고 3일 뒤 프란부리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리 외국인이 없는 동네지만

이거 너무 태국말만 가득한거 아니니?

택시기사님의 말씀만 믿고 일단 들어가 봅니다.

 

 

치렁 치렁~ 샬랄라한 원피스 입고 우아하게 호캉스 할 나이에

등에 메고~ 목에 걸고~ 손에 들고~

땀에 젖은 티~ 똥싼 바지 ~ 떡진 머리~ 난 상관 없다만!!!

Hip 하지는 않은~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기차역 바로 옆에 야시장이 있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출발 할 수 있었다는 것!.

 

 

늘 감탄하는 초 초 저렴한 가격에 고기 가득한  쌀국수 30밧( 1200원)

 

 

현지 음식이 질려서 입맛 없을 때,

늘 기본타는 쳐주는 볶음밥 40밧 (1600원)

 

 

 

배를 채우고 출발 시간에 맞춰 기차역에 들어 왔습니다.

월요일 평일 밤 8시 35분 기차.

즉, 탑승객이 없는 시간이라는 거죠~

현지인 2명에 저희 부부까지 총 4명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기차를 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늘 제외했던 이유는 '연착'과 '청결' 때문이었는데요.

역시나.... 이럴꺼면 시간표를 왜 만들어 놨나 싶을 정도로 기차가 안옵니다.

역무원도 모른다네요.

그냥 기다리랍니다.

.

.

.

그래서 그냥 저렇게 멍 때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기다리니.. .멀리서 기차가 옵니다.

저렇게 아무것도 안할꺼면 역무원은 왜 있는 걸까?

째려고 보 있으니~

역무원이 나와서 표를 후다닥 검사합니다.

그리고는

저희가 타야할 칸의 위치를 대략~ 지정해주고 갑니다.

 

"여기쯤 서있어 봐~~~"

 

 

어쨌든 기다리던 기차가 오니 신이 났었나 보네요.

침대기차니까요.

 편안하게 누워갈 수 있잖아요.

 

 

제가 태국을 무시한 것은 아니고 그냥 기대를 안한 정도???

저렇게 대충 알려주면 이 무거운 짐을 들고 자리를 찾아헤매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대충 찍어준 자리쯤에 기가막히게 승무원이 똭!!! 기다리고 있었어요.

 

"너희 수랏타니 가니?"

"응, 우리 두명"

"따라와... 여기 여기 두 침대가 너희 꺼야"

" 어맛! 우리 오는거 알고 있었어? 고마워 총각~"

 

 

차암 레트로 하죠? ㅋㅋㅋㅋㅋ

이곳이 침대칸입니다.

솔직히 냄새나고 벌레 나오고 더러울까봐 걱정되지 않았나요?

베트남 여행때 그런 후기를 봐서 기차를 안탔거든요.

그런데 태국 침대기차는 후기가 괜찮았어요.

보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2층 침대칸인데 어떨지 자세히 볼까요!

 

 

완전~~~ 깨끗해요~~라고는 말을 못하지만

일단 기차 전체적으로 냄새는 없었고요.

낡아보였지만 내 몸에 묻혀질 정도로 먼지가 있지는 않더라고요.

제기 비염에 눈에 먼지 알러지가 있는데 몸에서 반응을 안했습니다.

 

 

그리고 매트리스와 베개커버는 뽀송하니 세탁을 마친 새것이었고

에어컨 바람을 막아줄 얇은 담요도 있었습니다.

 

 

 

이 담요는 수건정도의 두께이니

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긴팔과 긴바지를 더 준비하세요.

파란 커텐을 치면 찬바람을 차단해 줘서 덜덜 떨정도는 아닙니다.

 

 

침대의 크기는

105 사이즈 티셔츠를 입는 성인 남자가 누웠을때 어깨가 딱 맞는 폭.

키 175cm 정도면 딱 맞는 길이.

매트리스는 등이 배기지 않는 정도의 쿠션감이 있습니다.

 

 

2층칸의 신발은?

침대 바로 옆에 신발을 담아 놓는 바구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쪽에 핸드폰과 물, 간식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고요.

 

 

발쪽에 옷과 귀중품을 걸어둘 후크가 여러개 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리어는?

1층 복도에 두어야 합니다.

도둑 맞을 위험이 있으나 태국은 방콕을 빼고는 소매치기나 도난이 걱정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귀중품은 따로 가방에 담아 침대칸으로 가지고 들어가세요.

 

 

2층칸이라 천정이 낮아 불편할 것 같지만

성인 남자가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맞은 편에 있던 신랑도 생각보다 편했던 침대가 셀레였나 봅니다.

한참을 앉아서 구경하더니..

 

'정애야 ~ 여기 잠 잘오겠다~ 잘자!!!'

(윙크 찔끔! 입술 쭈욱~~ 쪽쪽..... 스윗한 내 남편, 사랑합니다.)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상당히 사랑스러워하며~

 

" 어~~ 여보 여기 의외로 괜찮다"

"자기도 잘자~"

 

강렬한 파란 커텐을 치니 아늑하기까지한 내자리.

덜컹 덜컹 거리는 기차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누우니 감성이 촉촉해지더라고요.

핸드폰놀이도 하고 간식도 먹고~ 혼자놀이하는 여유로운 시간 보냈어요.

그는 꿀잠 잤다고 하는데

저는 진동때문에 잠은 깊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연착 때문에 피곤했던 터라 더 잤으면 했는데 6시간 만에 도착해버린 '수랏타니기차역'

역무원총각이 깨워주고 출구까지 나와 배웅해주는 의외의 써비스에 감동하며

그렇게 침대기차를 타고 수랏타니까지 왔습니다.

살짝 불편했지만 2층 침대기차안에서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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