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붉은 터널. 여우 신사 '후시미 이나리'-일본 교토 여행 #22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교토에 유명한 곳이 많지만 강렬한 붉은색으로 뇌리에 확 꽂히는 곳은 여기가 아닐까. 일명 '여우 신사'라고 불리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大社). 이나리는 한자로 '稲荷, 도하' 벼를 책임진다는 뜻인데, 일본에선 곡식의 신(神)을 말한다. 그런데 왜 곡식의 신이 여우가 됐을까? 일본인은 곡식 신의 사자(使者)가 여우라고 믿는데, 그 때문에 '이나리'는 여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신, 여우 등 거창한 해석은 집어치우고, 개인적으로는 후시미 구(伏見区)의 이나리 산(稲荷山)에 있는 신사라서 '후시미 이니리 신사'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도 사찰 이름 앞에는 동명의 다른 사찰과의 구분을 위해 산 이름을 앞에 넣듯, 예를 들어 '금강산 화암사'처럼 이곳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



교토버스 1일 승차권이 이미 있어서 전철요금 아끼려고 버스를 탔더만 JR선이 지나가는 철길도 건너야 하네. 분위기 더 좋구만~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JR 이나리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이미 사놓은 버스 1일 승차권이 아까워서 난 버스를 이용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10분 내외.






붉은 색 토리이(鳥居)가 있다는 건 뒤로는 신사가 있다는 뜻. 한국에도 왕릉이나 사찰에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홍문(紅門)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선 센본토리이(千本鳥居)라 부른다. 토리이가 천 개가 있다는 뜻인데, 그건 옛날 이야기고 지금은 1만 개가 넘는다. 평일 낮, 비가 오는데도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 이듬해 사업번창, 가내평안 등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에는 순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24시간, 365일 개방하니 한산한 시간을 구글 맵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도 좋다. 당연히 입장료는 언제나 무료.






누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 볼까. 경복궁에 한복 입은 외국인이 많듯, 교토엔 기모노 입은 사람이 많이 보기 좋다.






본전(本殿) 뒤편으로 이제 끝도없는 토리이의 행렬을 보게 된다.





후시미이나리 지도무료 관광지라 그런지 안내 책자는 따로 없는 것같고, 안내 표지판을 보면 센본토리이가 산 정상까지 올라가 있다. 신사 입구부터 호수까지 1구간, 호수부터 교토경치가 보이는 중간쉼터 2구간, 중간쉼터부터 산정상까지 3구간으로 나뉘는데, 다 돌아보려면 총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 근데 왜 토리이 색은 전부 붉은색일까?


일본인은 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고대 궁전, 신사, 불전 등에 많이 이용하는데,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있다. 우리는 지붕에 단청(丹靑)을 바르고 기둥에는 튀지 않는 색을 칠한다. 일본에선 이걸 단(丹)이라고 부르는데, 기둥에 붉은색을 칠하고 우리와는 반대로 지붕은 튀지 않는 색을 칠한다. 색이야 뭐가 되었든 원래의 목적은 나무가 쉬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





여우 두 마리가 어서 오라고 반기는 건가. 첫 구간에는 센본토리이가 두 갈레로 갈라진다. 우측으로 일방 통행이니 거꾸로 통행금지~






비가 오니 사람도 많이 없고 좋구만. 근데 거꾸로 보니 글자가 안보이네.






거꾸로 보면 이렇게 보인다.



✔ 그런데 토리이를 왜 세우는 거지?


일본의 신사에는 토리이를 줄지어 세워놓은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토리이는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는 의미와 이미 소원이 성취되어 감사하다는 뜻으로 신사에 봉납한다. 애도시대에는 1천 개가 있어 센본토리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1만 개가 넘는 토리이가 참배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센본토리이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배경이기도 했다.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여길 뛰어 갔었지.




영화 <게이샤의 추억>영화 <게이샤의 추억> 스틸컷 @다음영화





여우 모양의 판대기를 사서 소원을 빌어 볼 수도 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안 들어주시는 소원을 여우가 들어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본에는 크고 작은 신사가 공식집계로만 8만 곳이 넘는다. 무속신앙이 우리보다 훨씬 일상으로 깊게 들어온 느낌이랄까. 옛날엔 항생제가 없어 몸에 종기만 생겨도 사람이 죽었으니 빌 소원은 차고 넘쳤을 거다.






1구간에는 사람이 많아 사진 찍기가 좀 곤란했는데, 2~3구간으로 올라가면 급격히 사람이 줄어든 모습을 보게 된다. 다 내꺼~





후시미이나리셀카 찍는 자기네를 찍어 달라던 중국인 관광객들. 아저씨 찍어줬다. 혹여 이 글을 본다면 메일 주소 보내줘.






색다른 구경거리로 한시간 남짓의 시간이 금방 갔다. 비가 내려 더 기분 좋~은 상쾌한 산책.






아저씨 간다. 안녕~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구글 맵을 보니 오전 11시~오후 2시 정도가 사람이 가장 붐빈다. 다른 시간에도 딱히 한가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셀카도 찍도 예쁜 사진 남기려면 오전 일찍이나 차라리 해지기 직전인 오후 4시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이미지 맵

언젠간날고말거야

언젠간날고말거야™의 여행블로그.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영화리뷰 등을 다룹니다.

    ✔ '세계여행/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