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매력있는 카페 '퍼센트(%) 아라비카'-일본 교토 여행 #4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저의 가장 최근 직업은 커피전문점 주인장이었습니다. 취미 삼아 커피 공부를 하다가 평소 보고 싶은 책이나 맘껏 보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카페를 덜컥 차렸죠. 무슨 배짱으로 장사하면서 책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나 몰라요. 가게 문 열리고 처음엔 손님이 뜸했어요. 어차피 큰 돈 벌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 그간 보고 싶었던 책을 100권 샀습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100권을 다 읽었습니다.

일 년 정도 지나니 이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밖에 나가서 홍보한 적도, 인터넷에 광고한 적도 없는 뒷골목 10평 남짓 작은 카페였는데, 혼자 할 수 있었던 가게는 직원을 써야 하고 결국 책은커녕 하루 종일 커피 내리고 설겆이하는 낭만 제로의 인생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손님 꽉 찬 가게는 서둘러 처분해버렸습니다. 놀려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제 유전자엔 한량 DNA가 있나 봅니다. 놀기 좋아하고 게으르고... 교토에 있는 한적한 골목을 지나다 퍼센트(%) 아라비키카 카페 앞에서 옛 생각이 퍼뜩 지나갑니다. 그대, 지금 행복하신가?



지나면서 여기가 카페인 줄 몰랐어요. 인테리어 가게 같기도 하고, 무슨 자신감인지 간판 따윈 필요치 않다는 듯 문만 열려 있어요. 퍼센트(%) 아라비카는 교토에 지점이 몇 개 있는데, 여기는 히가시야마 지점입니다. 기요미즈데라와 니넨, 산넨자카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퍼센트 '%' 모습이 한글 '응'과 닮았다고 한국에선 응커피라 많이들 불러요.






지금 제가 서있는 위치가 딱 거깁니다.






자세한 위치는 위 구글 지도에서 확인하세요. 큰길에서 버스 내려 호칸지 조금 못가서 있습니다.






카페 바로 맞은 편엔 기모노 상점이 있어요. 여기서 입고 나오는 여성이 몇몇 있는 걸로 봐선 렌탈도 해주나 보네요.






카페 속은 커피를 만들고 쟁여두는 공간으로 대부분 활용하고, 손님용 자리는 그냥 길다란 테이블 하나에 모두 합석하도록 되어 있어요. 늬들의 프라이버시 따위는 내 알 바 아니라는 자신감, 좋아요!






커피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블랜딩 원두는 조금 싸고, 선택한 단일 원두는 50엔 정도 비싸게 받네요.






라떼와 아메리카노 한잔씩. 응커피라 부르는 이유를 알겠네요. 영락없는 응이네. ㅎㅎㅎ





응커피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습니다. 동남아에선 입에 영 안맞는 커피가 많은데 일본은 취향이 비슷한가 봐요. 한국의 스타벅스와 흡사한 블랜딩을 쓰고 있어요. 애초에 블랜딩은 맛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커피 가게 주인들은 포장 하지만,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맛 대비 원가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비싼 원두 싱글로 내리면 훨씬 더 맛있어요. 제가 먹어 본 가장 맛있는 커피는 한국 바리스타 1세대 박이추 선생이 직접 내려주신 예멘 모카 사나니(Yemen Mocca Sanani)였어요.






라떼는 따뜻한 걸로 주문하면 현란한 라떼아트를 촤르르 올려준다는... 한때 라떼아트에 꽂혀서 하루에 커피와 우유 10통씩 버렸다는... 손님 여러 명에게 전부 다른 그림을 그려주면 좋다고 사진 찍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당시 전 인테넷과는 담을 쌓고 살던 온라인 무지렁이었어요.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도 싫다며 011 2G폰을 끝까지 고수하던... ㅎㅎㅎ






원두를 팔기도 하던데, 생두로 살 수도 있고, 원하면 볶아 주기도 하더라고요. 로스팅 강도를 선택하면 취향에 딱 맞게 맞춰 줍니다. 이런 섬세한 서비스 좋네요.






선물용으로 산 원두 한 봉다리. 선물을 줬지만 받아가고 연락이 없어 맛은 저도 몰라요. ㅎㅎㅎ






블랜딩 한 원두는 200그람에 1,300엔 정도 하네요. 1kg은 5천엔.






글자가 작아 보이려나 몰라요. 원두 가격은 200그람에 1만원부터 시작하고 많을 수록 조금 싸집니다. 그런데 원두는 조금씩 최소 단위로 구매하세요. 여기저기서 사온 원두가 집에도 많은데, 조금 먹다 보면 귀찮아서 쳐박아두고 그렇게 되죠. 1kg 샀던 산토스 커피는 2년만에 최근에야 다 먹었으니 ㅎㅎㅎ






영업은 오후 6시 쯤 되면 끝납니다. 

입구 가운데 내려놓은 사각 나무조각 보세요. 센스가 철철 넘칩니다.

손님에게 끝났다고 문을 닫거나 큼직하게 CLOSE라고 하지않고,

바람에 나무조각 살랑살랑 흔들리니 웃으며 돌아설 수 있겠네요.


근처에 블루보틀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카페도 있으니,

겸사겸사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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