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공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는 전에 없던 색다른 공포영화다. 영화가 끝나도록 말로 하는 대사는 열 마디도 안된다. 대부분 의사소통은 수화로 하거나 표정으로 전달한다. 뭐 이런 발칙한 공포영화가 있지? 싶었지만 포털 감상평 댓글 보고 주저 없이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폭축 터질 때, 급하게 팝콘을 먹다 입천장 다까졌다", "소리 안내려고 나쵸를 혀로 녹여 먹었다", "재채기해서 죄송해요" 등 재미난 댓글이 많은데, 요즘 영화 평가는 기자들의 근사한 글 보다 댓글이 더 와 닿는 것 같다.


소리에만 반응하는 괴생명체가 지구를 점령한 지 89일째. 남아 있는 지구인은 이제 몇 안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젊은 부부는 아이 셋과 함께 쇼핑몰을 뒤진다. 작은 소리라도 날쌔라, 모두 맨발을 하고 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이러한 '소리 내면 죽는' 생존법칙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어 관객 또한 완전히 숨죽이고 보게 된다. 영화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장난감 소리가 났을 땐, 여지없이 한 사람이 죽는다. 앞으로도 내내 떠들면 안 된다고 관객에게 주의를 준다.


“소리 내면 죽는다”




영화는 소리, 아니 침묵을 몹시 영리하게 사용한다. 부부의 첫째 딸은 청각 장애가 있다. 소리 나는 장난감을 배터리까지 넣어서 막내 동생에게 전해준 사람은 바로 듣지 못하는 첫째 딸 레건이었다. 그녀 시점으로 본 세상은 오직 적막함뿐이지만, 몹시 시끄럽게 울어대는 우주선 장난감을 들고 즐거워하는 꼬맹이를 본 엄마는 소리치는 대신 자신의 입을 막고 서있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녀는 넷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챙겨 다리를 건너는 첫 번째 시퀀스에서 크래신스키 감독은 앞으로 소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학습시킨다.


첫째 딸, 레건의 청각장애라는 설정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카메라가 그녀의 시점으로 넘어오면 세상은 물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것처럼 둔한 침묵이 흐르고, 공포는 소리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표정'으로 전해진다. 등 뒤가 두려운 건 볼 수 없어서인데, 들을 수 없으니 잘 듣는 괴물은 더 공포스럽다. 또한 온 가족이 수화로 대화하는 설정에도 힘을 싣는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볼륨 차이로 인한 공포의 극대화라고 할까? 침묵 속 그녀의 시각과 괴물의 3자 시점에 따라 볼륨 레벨 차이가 확연한데, 그에 따른 공포의 극대화도 기특하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90분으로 요즘 영화들과 비교하면 러닝타임이 짧다. 하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세계관 등은 벽에 붙인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갈음해버려서 서사 진행은 매우 간결하고 낭비가 없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감독이자 아빠 역할로 나온 존 크래신스키의 명연기와 그의 실제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의 표정 연기 또한 사뭇 압도적이다. 게다가 공포영화에 안 어울리게 슬프기까지 한다. 공포영화가 슬퍼서 우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문데, 난... 울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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