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퍼부은 폭탄들, 매향리 평화마을 폭탄전시장 | 화성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내 30년 지기 친구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삽니다. 20대 때에 결혼하고 처음 얻은 집이 그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좋은 집을 싸게 얻은 것 같다며 자랑을 합니다. 그리고 몇 일 후, 그 집이 왜 저렴한지 이유를 알았습니다. 집에서 눈으로 훤히 보이는 앞바다에서 일주일이면 5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11시간 이상을 쾅쾅쾅 폭탄을 투하하고, 깜깜한 밤이 대낯처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안개 끼는 날이 거의 없고 마을이 가까워서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다며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매향리 해안에서 1.6km 떨어진 농섬에다 전투기, 공격형 헬리곱터 등 다양한 비행기들과 로켓포, 기관포, 기총, 레이저총 등 폭탄을 투여하는 훈련을 지난 54년간 했습니다. 최근 그 총성이 멈춘 상태인데,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차원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포탄들을 매향리 평화마을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 남부에서 궁평항으로 가려면 10km 구간이 일직선으로 뻗은 화옹방조제를 건너야 하는데요. 화옹방조제 남측 입구 근처에 있습니다. 요즘 폭격음 멈췄지만 다시 군 전투비행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마을 전체가 시끌시끌합니다. 아무튼 매향리 평화마을에는 마치 얼마전 전쟁을 치른 도시처럼 폭탄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건 농섬에 설치했던 차량과 컨테이너 표적인가 봅니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총알 구멍이 슝슝 뚫려 있네요. 섬찟합니다.








우리는 불과 몇 십년 전에 전쟁을 했던 나랍니다. 내 자식이 죽고, 죽은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의 끔찍한 경험을 너무 빨리 잊은 건 아닌지... 그리고 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전쟁 한판 붙자"라고 경솔하게 말하는 건 아닌지...







쿠니사격장(koon-ni)에서 주섬주섬 주워다 놓은 폭탄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낮을 가리지않고 하루 11시간 이상 극심한 소음공해로 시달리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 쿠니사격장은 결국 폐쇄되었습니다. 원래 매향리 지명은 고온리(ko-on ni)였는데, 영문표기를 보니 미국인들이 그렇게 읽는 것이 이해가 가네요.









농섬 정화작업 중에 모은 포탄들로 평화마을에는 ‘매향리역사기념관’이 만들어졌고, 포탄으로 만든 여러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큰 포탄들은 'Mark 84 bomb'인데요. 터지지 않고 형체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진짜 폭약을 담은 걸 떨어 뜨리니 섬이 점점 작아져 버려서, 폭탄 안에 폭약이 아닌 시멘트로 무게를 맞춘 연습용 포탄을 투하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무게가 925kg이나 됩니다.








세상의 모든 총알과 포탄을 조경에 사용해버리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겠죠? Mark 84 bomb으로 담장을 잇고 작은 포탄들로 정원을 꾸미는 아이디어 좋네요. 폭력을 예술로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매년 '매향리평화예술제'도 여기서 개최한다고 하더라고요.







농섬 주변은 중금속과 폭약으로 황폐화되어 물고기가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 폭력이 사라지면 그 땅엔 또 언젠간 꽃이 필 날이 오겠죠. 평화를 위해서 힘은 꼭 필요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그러나 힘은 더 큰 힘을 불러들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이 나라 안전하게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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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기아자동차로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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