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주의] 전국민이 꼭 봐야하는 필관람 영화 '자백'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참 후진 나라다. 모든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러워하고, 투철한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국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반론의 여지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을 수면 위로 떠올려 공론화 하고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역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영화 '자백'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취재과정을 소상히 다루고 있다. 과연, 이러한 진실규명 시도로 깜깜한 대한민국은 밝은 미래로 한 발 나아갈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탈북한 화교출신 유우성씨는 서울시 공무원인데, 어느 날, 국내 체류하는 탈북자의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난데없이 간첩으로 내몰린다. 때는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2012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유우성씨의 여동생의 '자백'을 근거로 그를 간첩혐의로 기소했다. 어쩌다 국정원이 국가 권력과 정권유지의 핵심이 되었을까. 국정원은 여동생을 불법 감금하고 폭행, 고문해서 강압적으로 자백을 받아 냈다. 오빠가 간첩이라고 증언하면 석방해서 같이 살게 해주겠다는 회유와 함께...


여동생의 거짓 자백에 유우성은 기가 막힌다. 어찌 이런 얄궂은 운명이 다 있나. 결국 2015년 10월 대법원의 판결로 유우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이 사건에 의심을 품은 최승호 PD는 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MBC PD수첩에서 바른 말 하다가 이명박 정권에 찍힌 그 피디다. 최승호는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이 사건을 파헤치는데, 결국 국정원과 검찰의 조작이었다는 걸 밝혀낸다. 심지어 증거물로 제출했던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문서조차 위조된 거였다. 국가가 이러면 국민은 누굴 믿으라고. 이 사건이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이다.





대중들은 진실을 잘 모른다. 아니 알 도리가 없다. 언론에서 말해주지 않으니까. 진실을 말하면 최승호 피디처럼 밥줄이 끊기니 대놓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간첩조작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백 건도 넘는 간첩조작사건이 있었는데, 현대에 들어서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형이 집행되어 억울함을 풀지 못한 이들도 많다. 영화는 그 중 하나의 사건만을 다루고 있는데, 보는 내내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하다.

폭력은 가장 악랄한 정치 도구다. 수많은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고, 독재에 저항하던 많은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갔었다. 만약 나에게 면책특권과 몽둥이 하나만 준다면, 난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실은 존경하고 있었다는 자백도 얻을 자신이 있다. 이념대립이 극에 달했던 1950년대가 아닌 21세기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참담한 한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폭력적인 권력이 국민을 얼마나 완벽하고 처절하게 짓밟을 수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폭력에 못이겨 거짓 자백을 했던 여동생은 중국으로 추방되었고, 억울함과 수치스러움으로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간첩조작에 관여했던 검사 두 명은 정직 1개월, 한 명은 감봉 1개월에 처해진 게 전부다.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은 아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선량한 국민의 인생이 처절하게 짓밟히고 유린되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간첩조작사건을 진두지휘 했음에도 웃음띤 얼굴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일관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억울하고 분하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확률이 판타지 영화보다 더 희박할 것 같지만 버젓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서 '자백'을 받아야 할 때다. 전 국민이 이 영화를 보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한 발작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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