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는 실존인물이었다?! 남원 광한루원 | 남원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전라북도 남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춘향일 겁니다. 그 이미지에 딱 걸맞게 남원에는 춘향이의 사연으로 얽힌 곳이 참 많더라고요. 남원으로 들어서는 국도변에는 한양으로 떠나는 이도령과 성춘향이 이별했다던 오리정, 춘향이의 눈물이 떨어져 생겼다는 눈물방죽, 춘향이 버선발로 돌을 비볐다던 박석터, 이도령을 떠나 보내고 버선을 벗어던져 생겼다는 버선밭, 구룡계곡 입구 육모정 앞에는 춘향이의 묘가 있고, 이런 춘향의 모든 것을 모아둔 춘향테마파크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곳은 아마 광한루(廣寒樓)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의 밤과 낮 풍경은 어떤지 내려가 볼까요?

 

밤이 되니 루원 앞 담벼락도 참 운치있어 보이지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분위기는 더 말랑말랑하네요. 광한루는 남원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교통이 꽤나 편리한 편입니다.

 

 

 

 

 

 

이곳 산책은 요천 옆으로 세워진 ‘청허부’란 편액이 걸려 있는 남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문을 들어서면 인간이 천상의 세계로 발을 딛게 된다는 상징적인 문입니다. 이곳은 저녁 6시부터는 무료개방을 하더라고요. 4월부터 10월까지는 저녁 7시부터 무료개방이니 참고하세요.

 

 

 

 

 

 

 

어슴푸레 해가 떨어지니 분위기는 참 몽실몽실 좋아졌습니다. 이 건물은 오작교 건너에 있는 완월정입니다. 1969년에 연못을 확장하면서 새로 지은 수중 누각입니다. 광한루는 달나라의 궁전을 재현한 건물인데, 반대로 완월정은 땅에서 사람이 달나라를 즐긴다는 뜻으로 지어졌어요. 완(玩)자가 놀이한다는 뜻입니다.

 

 

 

 

 

 

연못 건너편에 보이는 오른쪽 2층 누각이 광한루입니다. 이 이름의 유래는 세종 17년 전라감사였던 정인지가 이곳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다 “달나라에 있는 궁전 광한청허부가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라며 감탄했다 해서 이름이 붙어졌습니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언제 봐도 정말 아름답네요.

 

 

 

 

 

 

우리나라에는 4대 누각이란 게 있어요.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 남원의 광한루가 있죠.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바로 광한루라고 하죠. 그리고 루원 앞을 흐르는 요천에서 물을 끌어다가 만든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하는데, 연못 위로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상징하는 돌다리인 오작교도 하나 놓여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전각을 두개 잇대어 만들었군요. 동쪽으로 잇댄 익루(翼樓)는 삼면을 툇마루로 만들고 주변으로 계자 난간을 돌렸네요. 그런데 1층에는 온돌을 넣고 벽체를 둘러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 독특합니다.

 

 

 

 

 

 

뒤편도 참 재미나게 되어 있네요. 누에 오르는 입구를 별도의 전각으로 덧대어져 있는데, 이건 건물의 기울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해요. 우리나라 건축사상 누각에 회랑식 현관을 가설한 첫 번째 사례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건물이 더 화려해졌습니다. 현재 보물 제28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달빛에 비친 영주각의 모습도 참 아름답죠? 슬슬 밤이 깊어 가니 이제 잘 보이지도 않고, 저녁 8시가 되면 문을 닫으니 호텔로 들어가 쉬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와서 밝은 모습을 다시 돌아봐야겠네요.

 

 

 

 

 

 

뿅~ 그렇게 다음날 아침. 이번엔 입장료 2,500원을 당당히 내고 들어왔습니다. 어젯밤 컴컴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청허부 문을 들어서니 바로 앞에 450년 묵은 팽나무가 하나 서 있었군요. 조선 명종 때 심은 거랍니다.

 

 

 

 

 

 

어젯밤 마지막으로 보고 갔던 영주각이 이런 모습이었군요. 낮 풍경 또한 어디를 돌아봐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루원은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던 장소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조경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곳입니다. 조선의 궁궐에는 후원이 있는데 음양오행사상과 풍수지리사상을 기반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궁궐에서 완성된 조경 문화는 민간으로 확산되는데, 그 사례가 바로 이곳입니다.

 

 

 

 

 

 

연못 앞에는 엄청나게 큰 너럭바위가 하나 있는데, 원래 남원성 동문 앞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바위 표면을 가만히 보면 동그랗게 줄지어 난 구멍들이 있는데 저걸 ‘성혈(性穴)’이라 부르죠. 수원화성 성곽이나 마을 큼직한 바위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이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의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위의 산물입니다. 작대기로 구멍을 내면서 소원을 비는 우리 전통적인 주술행위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애달픈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소원을 빌고 또 빌었을까요?

 

 

 

 

 

 

 

광한루 앞의 큼직한 연못에는 가로지르는 돌다리 오작교가 있어요. 연못의 크기를 자세히 보면 (사진에선 잘 보이진 않지만) 1:2의 비율로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세 개의 인공섬이 있는데 두 곳에는 정자가, 또 한곳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이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본떠서 만든 거에요. 작은 루원 속의 모든 구조물들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우주만물의 형태를 그대로 넣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루원 한 구석에는 너른 마당을 가진 초가집도 있네요. 여긴 춘향전의 무대가 되었던 월매의 집입니다. 몽룡과 춘향이 백년가약을 맺은 집이기도 하지요.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상상 속의 이야기를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괜찮네요.

 

 

 

 

 

 

월매의 집에도 이제 봄이 살포시 내려앉고 있어요! 텃밭에는 봄동이 자라고 있어요~ 저거 넣고 된장국 끓이면 다디달아요!

 

 

 

 

 

 

남원 부사의 아들이었던 이몽룡이 광한루 구경 길에 그네 타던 성춘향에게 반했다던 그 곳인가요? 여기서 곤장도 맞아보고 목에 칼도 써보는 체험도 할 수 있으니 맘에 안 드는 친구는 눕혀 놓고 곤장 몇 대 때려주고 오세요. ^^*

 

 

 

 

 

 

산책길로 접어들면 낮은 담장과 대나무에 둘러 쌓인 사당이 하나 있네요. 여긴 춘향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영정을 모신 곳인데요. 공교롭게도 이몽룡의 아버지가 남원으로 오기 전의 남원부사가 ‘성의안’이란 사람이었는데, 혹시나 그와 월매 사이에서 태어난 여식이 춘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의안의 비석이 춘향사 옆에 선정비들과 함께 세워져 있더라고요. 어쨌든 모를 일이니까요. ^^*

 

 

 

 

 

 

그런데 일각에서는 춘향이가 실제 인물이었다는 설도 있어요. 엄청나게 못생긴 춘향이가 어쩌다 남원부사의 아들내미와 정을 통했는데, 기생의 딸이라는 미천한 신분에 양반과 연을 맺은 걸 영광으로 알고 그가 다시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다 원한을 품고 죽고 말았데요. 그녀가 죽은 뒤 남원에는 계속된 대흉년이 들어서 그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춘향전’을 지어 영혼을 위로했다는 그런 말도 있긴 해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

 

 

 

 

 

 

지금의 광한루원은 1만 7천평에 이르는 아주 넓은 곳이에요. 원래는 6천평 정도의 작은 곳이었는데, 춘향과 관련된 시설을 넣으면서 여러 차례 확장공사로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남원에서 이곳을 빼 놓으면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일 한국적인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지리산 구룡계곡 가시기 전에 이곳도 꼭 들러보세요~

 

+ 입장료 : 어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 관람시간 : 오전 8시 ~ 오후 8시까지
+ 무료개방 : 11월~3월 저녁 6시부터 무료개방(4월~10월은 저녁 7시부터)

 

 

함양/남원여행코스 12편 계속...(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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