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충청수영성' | 보령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충남 보령에는 16세기 조선시대에 한양으로 가는 뱃길을 보호하는 작은 석성(石城)이 하나 있습니다. 성 바로 앞은 오천항이라 구릉 위에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또한 아름다운 곳이에요. 오천항은 백제시대부터 배가 드나들던 항구인데, 일본과 중국을 잇는 중요한 교역항이었어요.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충청도 수군절도사가 있던 수영(水營)이 있었으니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한 곳입니다. 원래의 이름은 항구의 이름과 같은 ‘오천성’이었는데, 지금은 ‘충청수영성’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시골 마을 한 쪽 구릉 위에는 그리 높지 않은 석성이 둘러쳐 있습니다. 식당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시골이라 이곳에 조금 모여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지역 주민들이 많이 모이네요. 이 성은 해변가 구릉의 높은 위치에 쌓은 성이라 성 위에서 바다를 관측하기엔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군요.

 

 

 

 

 

 

작지만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성벽입니다. 잘 다듬어진 조선후기의 수원화성과는 달리 조선중기의 충남수영성은 크기가 들쑥날쑥 한 자연 그대로의 돌들을 제각각 쌓아 만들었네요. 충남 서산에 있는 해미읍성 또한 이와 비슷한 기법으로 성벽을 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성 내의 넓이가 13,747㎡나 되는데 이곳엔 건물이라고 하는 것은 진휼청과 장교청 두 개와 위 사진의 망화문 터의 홍예문(윗부분이 무지개 모양인 문) 하나만 남아 있어요. 옛날에는 이곳에 정자와 옹성 5개, 동서남북 문이 4개, 연못이 1개, 그리고 40여동의 건물이 있었어요. 성벽 또한 지금은 1km 남짓 정도만 남아 있어 이마저도 훼손되어 없어질까 걱정이 되더군요.

 

 

 

 

 

 

무지개 모양의 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작은 기와집 건물인 진휼청(賑恤廳)이 꼭대기에 서 있네요. 조선시대 때에는 빈민구제를 담당하던 관청 건물이었습니다. 이후, 고종 때(1896년)에 충청수영이 폐지된 이후 민가로 사용되었는데, 정부에서 매입해서 보존하고 있습니다. 오천항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에 살았을 복 받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수영성의 목적은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租稅米)나 지방 특산물을 배에 싣고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漕運船)을 보호하고,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는 데 있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는 이양선(서양 선박)의 동태를 감시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한때는 군선(軍船) 142척에 수군만 8,414명이나 있었던 작지 않은 성이었어요.

 

 

 

 

 

 

지금은 옛날과 많이 달라져 옛모습을 그대로 찾아볼 순 없지만 진휼청 앞 성곽에 서서 오천항을 바라보니 고깃배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당시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왼쪽으로 건물이 들어선 곳은 모두 매립지라고 하는 걸 보니 당시 항구의 규모가 제법 컸나 봅니다.

 

 

 

 

 

성벽을 조금 걸어 올라오니 교회 첨탑앞에 보이는 장교청이 보입니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성벽이 중간을 가로지른 도로로 의해 끊겨 있는데, 발전을 위한 개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수원화성처럼 작은 다리를 이용해 개발과 보존이 함께 되는 지혜를 내지 못한 건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제가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자리는 영보정(永保亭)이란 건물이 서 있던 곳인데, 지금 복원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이곳의 경치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조선시대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왔다고 하는데, 다산 정약용, 백사 이항복 등은 이곳을 조선 최고의 정자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끊어진 성벽을 다시 만나면 장교청(객사)이 서 있어요.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의 객사인 세병관과 전라좌수영 객사인 진남관에 비해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계단식 담에 둘러싸인 모습이 기품 있어 보입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드시고 주무시는 마을 주민이 한 분 있네요. ㅎㅎㅎ 아무튼 객사의 용도는 수군절도사가 왕을 상징하는 패를 모시는 곳이자,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들이나 군장교들이 이곳에 들렀을 때 잠시 머물던 곳입니다. 가로 3칸은 널찍한 대청으로 쓰고 있고 오른쪽 끝 1칸은 온돌이 깔린 방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크기의 객사네요.

 

 

 

 

 

 

장교청의 원래 위치는 마을에 있는 인근 초등학교에 있었는데, 언덕 위의 이곳으로 위치를 옮겼어요. 옮기면서 일부 보수를 해서 그런지 옛날 목재와 현대의 목재가 함께 사용된 처마의 모습입니다. 단청이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 봐도 한국의 건축물은 아름답네요.

 

 

 

 

 

 

현재 충청수영성은 그 규모에 비해 복원된 건축물이 몇 개 안되어 성 내부가 거의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최근 조금씩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던데, 훗날 그 옛날의 화려한 모습을 되찾고 오천항과 함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입장료, 주차료 : 무료

 

 

5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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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이 9개 있습니다.

      • 저도 대자로 뻗어서 시원스럽게 한 숨 자고 싶네요 ..
        수원화성은 국가에서 완전 계획적으로 지은 것이라 반듯반듯 하지만 ..
        어쩌면 당시의 진짜 성은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 ㅎㅎ

      • 대부분 이렇게 소규모의 성곽들이 많죠.
        대청에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대자로 누워 자면 세상이 내꺼 같을 거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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