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원한 스승님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영릉' | 여주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내일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죠. 그런데 이 날은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일부러 세종의 생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한 결과인데요, 한글을 국어로 쓰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그의 제자라고 할 수 있으니 참으로 탁월한 택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승의 날, 그분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여주의 영릉을 찾아 지금의 한국인의 말과 생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언어를 만들어주신 그 분을 생각해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 생각되네요.

 

이곳이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영릉(英陵) 입구입니다. 세종은 왕비인 소헌왕후와 함께 이곳에 묻혀 있는데요, 조선왕릉 최초의 합장릉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효종대왕의 무덤도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함께 있는데요, 그곳의 이름 또한 영릉(寧陵)이지만 한자(漢字)가 다릅니다. 현재 조선왕릉은 총 42기가 현존하는데요, 한국에 40기가 있고 북한에 2기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모두 경기도와 서울에 위치해 있는데, 조선이란 사회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조상에 대한 존경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훼손되지 않고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한국인의 영원한 스승인 세종대왕님 동상 앞에서 꾸벅 절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입구 왼쪽으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세종전’이 있는데요, 그 앞마당에는 그가 생전에 남긴 각종 천문관측기기들을 재현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에 우주 천체를 관측하고, 또한 정밀하게 시간과 절기를 알아낼 수 있는 관측기기들을 만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드네요.

 

 

 

 

 

 

해시계를 보세요. 세종은 이 시계를 서울의 혜정교와 종묘 앞에 두어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설치했는데요, 글 모르는 백성을 위해 시각선 위에다 12가지 동물모양을 그려 넣은 해시계(앙부일구)를 설치했다고 하네요. 백성을 극진히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몇 시게요? ^^*

 

 

 

 

 

 

세종전 안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책과 그림들, 그리고 악기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책은 국사시간에 많이 들었던 제목들인데요, 왼쪽부터 순서대로 월인천강지곡(보물 제398호), 석보상절(보물 제523호), 그리고 월인석보(보물 제745호)입니다. 모두 한글로 되어 있고 한자는 옆에 한글 음을 적어 두었네요.

 

그런데 여담으로 전세계 모든 언어 중에서 그 언어를 만든 사람과 반포한 날짜, 그리고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고 있는 말은 훈민정음 하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의 유명한 언어학자들은 한글날을 축배를 들어야 하는 날로 지정할 정도로 한글에 대한 위대함에 경배를 표하고 있는데요, 그와 반대로 우리는 한글은 촌스럽다며 노래나 일상에 쓸데없이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죠. 아마 디즈니 만화인 백설공주 또한 지금 한국에 상륙했다면 원명인 ‘Snow White’로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누군가 백설공주라고 해석했다면 촌스럽다고 배꼽잡고 웃었겠죠. 우리가 회사에서 쓰는 말을 예로 한 번 들어보죠. 실제 제가 회사생활 할 때 들었던 말들입니다. “이번 case는 schedule이 tight한데, schedule arrange를 위해 meeting room을 arrange할까요?”, “당신이 involve한 project의 major한 concern은 뭐지?" 이게 한국말일까요? 영어일까요? 생각해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모두 반성해야 할 때에요!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훈민문을 지나 영릉으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홋, 그런데 입구에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생긴 연못이 하나 있는데요, 안에 잉어들이 엄청 많이 살더라고요. 그래서 자판기에서 500원에 물고기밥을 하나 사서 뿌려주기로 했습니다.

 

 

 

 

 

 

워매! 물고기밥을 뿌려주니 중력이 모두 나에게로 향하는 마냥, 연못 속의 잉어들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재빠르게 모여듭니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요. 500원으로 느낄 수 있는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꼭 물고기밥 한 번 뿌려주고 가세요. ^^*

 

 

 

 

 

 

영릉의 모든 길들은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되어 있어 운치도 있고 걷는 재미도 남다릅니다. 제가 조선왕릉을 여러 곳 다녀본 바로는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곳은 왕릉인 것 같네요. 조경이며 풍수며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거든요.

 

 

 

 

 

 

속세와 능을 구분해주는 금천교를 지나면 빨간색 화살이 박혀 있는 홍살문을 만나게 됩니다. 이 문 뒤로는 신성한 곳이니 경의를 표하란 뜻의 문입니다. 이 길을 쭉 걸어가면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이 있고 그 뒤로 왕의 능이 자리하고 있지요.

 

 

 

 

 

 

 

그렇게 세종대왕의 능으로 올라왔습니다. 이곳은 다른 릉과는 달리 부부가 합장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세종과 소헌왕후가 함께 묻혀 있지만 봉분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왕의 무덤 아래로 왕을 보필하는 문인석(文人石)과 왕을 호위하는 무인석(武人石)이 이채롭네요.

 

 

 

 

 

 

세종대왕께서는 지금 저와 같은 쪽을 보고 계시겠죠?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곳일 것 같네요.

 

 

 

 

 

이제 숲길을 따라 효종이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영릉(寧陵)으로 가보도록 할게요. 구불구불 난 숲길을 따라 700미터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조금씩 나오긴 하지만 가파르지 않아 힘들진 않으니 걱정은 접어두세요.

 

 

 

 

 

 

한 10여분 걸어오니 효종의 능 홍살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홍살문 앞에 금천교가 없네요? 대부분의 왕릉은 홍살문 앞에 속세와 능역을 구분하는 개천이 흐르는데 이곳엔 다른 곳에 있나 봅니다.

 

 

 

 

 

 

어디 있나 했더니만 홍살문에서 정자각으로 들어가는 참도 길 위에 금천교가 설치되어 있네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독특합니다. 참고로 정자각은 모양이 정(丁)자로 생겼다고 정자각인데요, 뒤편에 있는 능 방향으로 문이 뚫려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정자각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능 바로 앞까지 가볼 수 있습니다. 능 가까이로 올라갈 수 없도록 해둔 왕릉도 많이 봤는데, 이곳은 바로 앞까지 가서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모습이네요. 왼쪽 언덕 가장 위에 있는 곳이 효종의 능이고 오른쪽은 조금 아래에 있는 곳이 인선왕후의 능입니다.

 

 

 

 

 

 

그렇게 능 관람이 끝나고 효종의 능 입구로 돌아나가는 길에는 영릉재실(寧陵齋室)이 있어요. 이곳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祭官)의 휴식과 제사 음식을 장만하고 제기(祭器)를 보관하는 곳인데요, 현재 보물 제153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낮은 담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처마가 아름답습니다.

 

 

 

 

 

 

내부로 들어오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당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네요. 조선시대 왕릉 재실이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곳은 잘 없는데요, 공간구성과 배치가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에 빨간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는 계속 사진을 찍어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진에 본의 아니게 뒷모습이 담기네요. ^^*

 

 

 

 

 

 

앞에 있는 큰 회양목 앞에 푯말이 하나 서 있습니다. 읽어보니 이 나무는 현재 천연기념물(제459호)로 지정되어 있는 나무인데, 원래 회양목은 작고 낮게 자라는데 이렇게 크게 자란 나무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 나무는 1673년에 심어서 거의 300여년 동안 죽지 않아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하네요.

 

 

 

 

 

 

동글동글 모양을 낸 담벼락과 그 위로 자란 싱그러운 초록색이 참 잘 어울립니다. 세상의 그 어느 담벼락보다 한국의 기와를 쓴 이런 모습의 담벼락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네요. 이 앞에서 셀카 한 번 찍고 출발~

 

 

 

 

 

 

차를 세종대왕 능 앞 주차장에 주차를 했기 때문에 효종의 능 입구로 빠져 나오면 다시 소나무 숲길을 따라 800m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요, 사진처럼 완만한 길이라 천천히 걸어가면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길 양쪽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니 주차장 가시는 길이 지루하진 않을 거에요.

 

이곳 전체를 다 둘러보시는 데는 약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세종의 능만 둘러보시면 30분이면 충분한 코스에요. 그런데 효종의 능으로 가는 산책길이 예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두 곳 모두를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입장료 500원에 이런 예쁜 길 걸어보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에요!

 

+ 입장료 : 만25세~64세 500원, 나머지 무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6월~8월은 6시 30분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8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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