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현 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그 영화를 기억하는 것은 정확한 줄거리나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인상적인 장면이나 이미지 또는 짧은 기억의 조각이다. 우리들 인생의 추억도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객관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무게로 다가왔던 사건을 지금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일 것이다. 특히 사랑에 관한 기억은 더더욱 그렇다. 가끔은 사랑했던 당시보다 지금에 와서 떠오른 그때 사랑에 관한 기억이 윤색되어 훨씬 더 아름다웠다라고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기억하는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로 잊을 수 없는 '사랑'에 관한 기억이다.

 

 

 

 

  

 

 

☆ 한 세기만에 영화로 탄생 - 같은 설정, 다른 이야기

  

이 영화는 <위대한 게츠비>를 쓴 F.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소설이 영화화 되는데는 근 9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영화와 책의 내용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라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것들은 완전히 다르다. 4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소설을 장편의 영화로 만들어내기는 제 아무리 '데이빗 핀처' 감독이라도 부족하지 않았을까. 소설은 세상 돌아가는 '역사의 시계'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음을 냉소하고 있다면, 영화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그녀의 '거꾸로 가는 사랑'에 관해 촛점을 맞췄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겪었던 일생의 '사랑' 이란 것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사랑한 기억만으로도 살아온 인생이 의미있었다 라고 할 수 있을까? 비록 자신의 기억이 윤색되고 재구성된 사랑일 지라도 말이다.

 

 

 

 

 

☆ 예고편

 

 

 

 

 


☆ 비범한 상황속의 보편적 공감.

 

이 영화의 제목은 너무 직관적이라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책의 제목이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목에서 모든(?) 것을 밝히고 있듯이 이 영화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사람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는 내용이다. 벤자민은 1차대전(大戰) 말 1918년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80살의 외모와 건강상태를 가지고 태어난다. 벤자민의 엄마는 그를 낳다 죽고 그의 아버지는 18달러와 함께 그를 양로원 앞 계단에 버린다. 노인의 모습을 갖고 있는 벤자민은 서서히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느날 푸른 눈의 아름다운 소녀 '데이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벤자민의 모습은 노인이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세상의 이해를 받지도 못한다. 둘의 사랑은 서로 어긋난 세월의 방향으로 번번이 스쳐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끝없이 어긋난 세월속에서 마침내 둘의 나이가 비슷해지는 순간, 두사람은 후회없는 격정적인 사랑을 하게된다. 하지만 여전히 흘러가는 애석한 시간으로 인해 벤자민은 점점 어려지고 안타깝게도 데이지는 더욱 늙어간다. 그녀에게 고통을 주기 싫었던 벤자민은 결국 그녀 곁을 떠나게되고, 외모가 7살이 되는 날 그는 치매로인해 자신이 버려지고 자라던 양로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결국 벤자민은 완전히 늙어버린 데이지의 품에서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다. 늙고 병든 데이지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마지막 순간에도 벤자민이 쓴 회고록을 읽으며 서로가 추억하는 사랑의 기억을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하나로 중첩시켜 나간다.

 

 

 

 

 


 

 

일생에 걸친 벤자민의 특별한 여행은 얼핏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특별한 상황과 그녀와의 끝없이 엇갈리는 운명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를 생각하면 한편 가슴이 아린다. 화면과 스토리의 느린 전개와 절제된 영상, 그리고 화면속의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은 보는 이의 감정을 한껏 격정으로 몰고간다. 한 영화가 이토록 넓은 세대에 걸쳐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끌어내는 것도 좀처럼 드문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비범한 인생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은 꼭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모든 일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미친 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퍼붓고, 신을 원망할 수 있지.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9)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8.6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줄리아 오몬드, 폰느 A. 챔버스, 엘리어스 코티스
정보
로맨스/멜로, 판타지 | 미국 | 166 분 | 2009-02-12
글쓴이 평점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출판사
인간희극 | 2008-02-04 출간
카테고리
외국어
책소개
2008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선택한 '흥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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