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보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여러분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스파이의 세계는 어떤 모습입니까?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아니면 007 제임스 본드? 그 어떤 것을 떠올리든 실제 스파이의 모습이 이런 판타지스러운 모양새는 아니겠죠. 제가 볼 땐 오늘 이야기할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나오는 스파이가 실제의 모습에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몇 년 전에 보고, 리뷰를 위해 최근 다시 보았습니다. 개봉할 당시 제가 좋아하는 영화 <렛미인>의 감독인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연출하고, 더 이상의 수식어구가 필요 없는 배우인 '게리 올드만'과 '콜린 퍼스', 게다가 '베네틱트 컴버배치'까지 출연한다는데 이 영화를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습니까. ㅎㅎㅎ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줄 그들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러 내려가 볼까요?

 

 

 

 

 

 

● 예고편 살펴보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영국의 비밀정보조직 MI6의 일명 '컨트롤(존 허드 분)'이라고 불리우는 국장은 조직 내에 러시아 스파이가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짐 프리도(마크 스트롱 분)'에게 그 전말을 밝혀내는 비밀업무를 맡기지만 임무가 들통난 그는 헝가리에서 총에 맞고 작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컨트롤'은 친구이자 조직내의 동료인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 분)'와 함께 은퇴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첩보가 있는 MI6 조직은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에게 재차 그들을 색출하라는 비밀지령을 내리고 그는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베일에 가려져있던 영국 정보국 내에 잠입해있던 러시아 스파이들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져 나갑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파이 영화인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007> 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화입니다. 총알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맨손으로 적들을 다 때려잡으며 임무를 완수하는 그런 화려한 액션활극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걸 기대하셨다면 다른 영화를 보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현재 포털 평점이 8점이 훌쩍 넘는데요, 1점을 준 사람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호불호가 완전히 갈려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아마도 방금 제가 언급했듯이 액션활극을 찾아 왔는데, 스파이 영화에 웬 노친네들만 득실거리니 배신감의 표출이지 싶네요. 개봉당시에는 박찬욱 감독이 눈에 하트 뿅뿅 달고 이 영화를 극찬했었습니다. 저도 박감독의 생각과 동일하고요.

 

 

 

 

 

관객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은 이 영화는 누가 스파이며, MI6에서 어떤 정보를 빼갔으며, 영국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알프레드슨 감독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서로 심어놓았던 스파이들이 처한 실질적인 현실상황과 그들의 지리멸렬한 인생살이를 조용히 관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박하게 흘러가는 그 어느 스파이 영화보다 더 가슴이 옥죄오고 기억에는 더더욱 깊이 남았습니다. 감독은 국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가 스스로가 아니라는 것을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읍소하고 있습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서구열강들이 세력을 다투는 시대적 배경도 그렇지만, 한 템포 느린 호흡으로 달려가는 연출도 다분히 고전적이며 은유적입니다. 예를들면, 작은 차를 요원 3명이서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차에 벌 한마리가 들어왔는데, 젊은 요원은 신경질적으로 벌을 내쫒으려하는 반면,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조용히 창문을 열어 벌이 스스로 나가기를 기다려줍니다. 알프레드슨 감독은 인물표현과 영화속의 대부분 상황들을 이렇게 에둘러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불안하고 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행복을 바라는 '보통사람'이라는 것. 매일 선그라스를 쓰고 드러낼 수 없는 인생이지만 그들의 가슴에도 언제나 사랑은 싹트고 있다는 대비는 묘하게 가슴이 아립니다. 그리고 스릴러물에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사건해결의 카타르시스까지 갖춘 영화랍니다. 가슴으로 본 영화가 끝나고, 홀리오 이글레시아스의 <La Mer> 엔딩곡이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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