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느림을 즐기는 농촌 체험마을 '개실마을' | 고령 가볼만한 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역사책에서 배운 '무오사화(戊午史禍)'를 기억하십니까? 연산군 4년(1498년), 성종실록을 편찬하면서 김종직(호는 점필재)은 수양대군(세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것을 비난하는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에 넣었는데, 이를 이유로 훈구파와 연산군은 가뜩이나 '바른말'을 해서 눈에 거슬리는 신진사류를 조정에서 몰아내는 작당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사건이 무오년에 사화(士禍)를 입었다 하여 무오사화라 부릅니다. 그런데 사초(史草)가 사단의 근거가 되었기 때문에 선비 '士'를 쓰지 않고 역사 '史'자를 씁니다.

조의제문이 모든 사단의 근거가 되었지만 당시 김종직은 이미 죽은 뒤였어요. 하지만 연산군은 그를 무덤에서 꺼내 목을 배는 부관참시까지 감행합니다. 이에 목숨이 위태로워진 후손들은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피신하여 마을을 조성하게 되는데, 그 마을이 오늘 가보실 개실마을입니다. 지금도 18대째 후손들이 350년간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서두가 조금 무거운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아무튼 개실마을은 요즘 일상에 찌든 도시민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한옥 숙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하룻밤 시골을 즐기고 오기 참 좋은 마을입니다.



조정에서 보낸 관군들에게 느닷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시작되었지만, 350년이 흐른 지금의 개실마을은 한가롭고 온화한 모습입니다. 마을에 있는 건축물 90%는 아직도 한옥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점필재(김종직의 호) 종택입니다. 여기 건축물들은 모두 200년이 넘었어요. 1800년에 지어진 것도 있고 사랑채는 1812년에 지어졌습니다.






1812년에 지어졌다는 사랑채. 한옥은 시선을 굉장히 중요시 했는데, 사랑채 마루의 쪽문을 가만히 보면 안채의 방과 시선이 닿아 있습니다. 안채는 현재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구경하는 걸로 하고요~







기와를 머리에 올린 흙담을 따라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면 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대문도 없는 집 마당에는 예쁜 새집도 보이고, 들리는 소리라곤 내 발자국 소리 말곤 없어요. 도시에서의 삶 보다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빠르게만 돌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모든 시골이 그렇듯, 이 마을에도 아이들 소리는 체험하는 사람들 말곤 없습니다. 어느 기와집 마당에 세워진 (할머니들이 끌고 다니시는) 보행기 두 대가 마음이 아프네요.







조용한 고샅길을 걷다 보면 내 발자국 소리가 마을의 정적을 깨웁니다. 대문 없는 집 마당에 있는 홀로 달린 모과가 이 마을의 매력을 말해주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개실마을이 한가롭기만 한 것도 아니에요. 엿, 떡, 두부, 유과 등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도 있고, 그네뛰기, 널뛰기, 윷놀이 등 놀이체험, 예절교육 프로그램 도 있고, 전통혼례와 연, 대나무 물총, 도자기 등 만들기 체험도 있고, 계절에 따라 고구마 캐기, 모내기, 딸기수확 등 농사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옥에서 숙박을 하고 싶다면 마을 대부분의 한옥 집에서 숙박이 가능합니다. 원래는 내부에 화장실이 없었는데, 도시 사람들이 불편해 해서 방 안에 화장실을 다 넣었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정도면 하룻밤 보내기 불편하지 않겠죠? 숙박비는 인원수에 따라 5만원에서 8만원 정도 합니다.







도연재. 김종직의 뜻을 기리고 제사를 지내는 재실입니다.







도연재 뒤편으론 사랑채가 두어 채 있는데, 후손이신 할아버지가 건축물의 역사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역시 할아버지의 약간의 과장을 거친 옛날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







여긴 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 연풍고택( 延豊古宅). 원래는 주춧돌이 지금보다 3미터 높았고, 규모도 정면 8칸, 측면 4칸으로 굉장히 큰 집이었으나, 6.25동란으로 모두 불타고 최근 다시 복원했다고 하네요. 현재 이곳은 한옥 민박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건축물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할어버지께 부탁해서 내부도 구경해봤습니다. 적당히 큼직한 방에 TV와 에어컨, 그리고 작은 싱크대도 있고, 안쪽으론 화장실도 있네요. 하룻밤 5-6만원 정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겨울엔 체험거리가 실내에서 하는 음식이나 공예품 만들기 같은 제한적인 것 밖에 없지만, 다른 계절엔 신나는 즐길 거리도 많습니다. 한옥은 주민이 사는 집의 건넛방에서 잘 수도 있고, 독립된 숙박 건물에서 잘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고무신 신고 동네 고샅길 산책도 잊지 마시고요~


* 체험 : 엿 만들기 6천원, 떡 만들기 5천원, 유과 만들기 5천원, 칼국수 만들기 5천원, 두부 만들기 5천원, 전통차 시음 1만원, 예절교육 5천원, 전통혼례체험 3천원, 대나무물총 만들기 3천원, 소리통 만들기 2천원, 연 만들기 5천원, 짚공예 3천원, 도자기 만들기 8,000원~15,000원, 압화 6천원~1만원, 천연비누 만들기 5천원, 꼬까신 만들기 6천원, 고구마 캐기 5천원, 모내기 3천원, 딸기수확 5천원~1만원, 미꾸라지 잡기 5천원, 얼음썰매타기 3천원, 야생화 화분 만들기 6천원~1만원

* 숙박 : 13채 한옥에 24개의 방(3명~10명) 5만원~17만원

* 홈페이지 : http://www.gaesil.net/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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