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팬인 조카의 빵 터지는 편지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우리 가족은 프로야구 팬이 두 팀으로 나뉩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그래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TV 채널을 두고 티격태격 옥신각신. 결국 NC 팬인 조카가 TV를 점령하는 걸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채널을 독점한 조카를 보고 우린 늘 이런 말을 합니다.


NC가 이기면 좋겠지만, 롯데가 이기면 더 좋겠어.

며칠 전 추석, 초등학생 조카가 편지를 한 장 들고 왔습니다. 뭐 가지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더니, 대뜸 편지를 써 왔네요. "가지고 싶은 것 없냐?"가 선물을 고르라는 말로 해석하는 뛰어난 오지랖과 깨알같이 유니폼 등판에 새길 선수 이름과 넘버까지 지정해주는 디테일까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만 본 거라고 우기니까, 그자리에서 편지 마지막에 큰 글자로 한 줄을 쓱쓱 추가해 줍니다.


커서 꼭 갚겠습니다.

그리고 '이래도 못 믿어?'라는 눈빛을 째려보듯 쏘며 손도장까지 팍 찍어주네요.


추석 날, 어차피 줄 용돈 이렇게 삼촌을 웃게 만들어줘서 참 고맙고, 조카 소원대로 NC가 우승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마 롯데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지만... ^^*) 다른 팀 팬분들도 제 마음 이해하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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