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충남 보령' 여행코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명실공히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충남 보령은 여름이면 더 즐겁습니다. 서해안 최대 규모의 대천해수욕장, 서해안 최초로 개장한 무창포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폐갱도에서 나오는 오싹한 바람이 있는 석탄박물관, 세계 최대 야외 조각공원인 개화예술공원, 그리고 아름다운 계곡과 편백나무 숲을 품은 성주산 자연휴양림도 있지요. 보령의 여름은 나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곳입니다.




지구인은 모두 친구가 되는 ‘보령머드축제’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브라질엔 리우카니발이 있다면, 한국에는 보령머드축제가 있습니다. 올해로 20년째 열리고 있는 머드축제는 국내 축제 중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 럭셔리 어워즈’를 수상했습니다. 올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6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지요. 진흙탕에서 진탕 뒹굴다 보면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하얀 이빨 드러내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문득 발견합니다.



보령에는 136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따라 고운 진흙 갯벌이 펼쳐져 있는데, 축제에 사용된 진흙은 모두 보령의 것입니다. 입자가 어찌나 고운지 온몸에 착착 바르면 한여름 햇볕도 뜨겁지 않고 피부도 뽀송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곳에 발을 들여 머드팩을 한껏 둘러쓰는 순간, 나이와 인종, 국경은 간데없고 지구인은 모두 친구가 되고 또 연인이 됩니다.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성주산 자연휴양림’


충남 보령에는 두 곳의 자연휴양림이 있습니다. 하나는 보령시에서 운영하는 성주산 자연휴양림, 다른 하나는 산림청이 관할하는 오서산 자연휴양림. 두 곳은 서로 다른 특색이 있는데, 성주산은 여름 화장골 계곡과 그 옆으로 700미터 가량 펼쳐진 울창한 편백나무 오솔길이 아름답고, 오서산은 가을 억새밭이 장관입니다. 굽은 산길 트래킹이 목적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론 성주산이 여름을 즐기기엔 더 적합해 보입니다.

 


휴양림 입구로 들어서면 햇빛 한 줄 들어올 틈 없는 숲 사이로 계곡 물소리가 어서 오라며 시원스레 반깁니다. 바닥은 동글동글 조약돌이 채우고 있는데, 맨발로 걸어도 아프지 않아 좋아요.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방법은 숲 속의 집을 이용하거나 야영을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야영장은 매점, 샤워장, 야외 물놀이장, 그리고 전기도 갖추고 있어 불편할 것이 없습니다. 구석에서 무심하게 흐르는 약수는 ‘식용으로 매우 적절함’으로 안전하고, 편백나무 피톤치드 때문에 모기도 없어 금상첨홥니다.

 








한국 최초의 ‘보령석탄박물관’과 세계 최대 조각공원 ‘개화예술공원’


과거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이 있는 에너지 자원은 석탄이 유일했습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대표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은 폐허가 된 나라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모든 산업 에너지의 기반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건립된 보령석탄박물관은 대한민국 석탄의 기원과 이용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박물관 전체 냉방을 지하 폐갱구에서 나오는 찬바람으로 조절하는데, 에어컨보다 훨씬 품위 있게 시원합니다.

 


 


개화예술공원은 18만㎡ 부지에 1,500점이 넘는 조각상과 시비가 전시되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공원입니다. 가끔 여행에서 의외로 멋진 곳을 발견하는데, 여기가 그런 곳이었어요. 야외 조각공원과 모산미술관, 허브랜드, 연꽃밭, 들에선 사슴, 양, 타조 등 야생동물이 뛰어 다니고, 허브황토참숯가마 찜질방, 얼음 냉풍 나오는 동굴, 아이들 체험거리와 먹거리도 있고, 야외수영장도 있으며 캠핑까지 가능합니다. 개인이 꾸민 공원이지만 매우 알찬 곳입니다.









해수욕 천국 ‘대천해수욕장’과 바지락 천국 ‘무창포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무려 3.5km에 이르는 서해안에서는 가장 큰 해수욕장입니다. 해변의 폭은 밀물 때는 30여미터, 썰물엔 100미터 정도 바닷물이 후퇴하는데, 완만하게 기울고 수심이 얕아 남녀노소 누구나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아요. 백사장 뒤편으론 시원한 바닷바람이 솔솔 부는 울창한 소나무 숲도 있어 야영이 가능하고 특히, 해변 모래는 동양에서는 유일한 부드러운 조개껍질 가루로 되어 있어 모래 찜질하는 느낌이 매우 특별합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남포방조제 길을 따라 남쪽으로 차로 10여분 내려오면 서해안 최초의 해수욕장인 무창포해수욕장을 만납니다. 이곳은 썰물이면 석대도란 작은 섬까지 1.5km에 달하는 S자 모양의 매력적인 길이 생기는데, 한국의 바다 갈라짐 현상이 생기는 12곳 중에서 아름답기로 가장 유명하지요. 물이 빠진 바닥에서는 바지락, 고동, 게 등을 잡으며 아이들과 갯벌 체험하며 놀기에 참 좋습니다. 호미만 있으면 바지락 한 바구니는 금새 채집할 수 있습니다. 맘씨 좋은 어촌계장님은 관광객을 위해 유료화 할 생각은 없다고 하시네요.






바닷가에서의 해산물은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것. ‘대천항수산시장’


금쪽같은 여름 바닷가에서 싱싱한 회와 조개는 마치 신성한 의식이라고 할까요? ‘여름 바닷가 의식’ 재료를 구하러 대천해수욕장에서 차로 북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대천항수산시장을 만납니다. 이곳은 조개부터 활어, 킹크랩, 로부스터까지 다양한 해산물을 저렴하고 깨끗하게 손질해서 파는 곳인데, 건어물은 바로 옆 노천수산시장에서 살 수 있어요. 참고로 여름은 붕장어, 광어, 농어, 참돔, 그리고 조개 등이 제철입니다.

 


대천 시내에는 조개구이나 생선회를 파는 음식점이 많은데, 조리시설이 있는 팬션이나 야영을 한다면, 좀 더 저렴하고 푸짐하게 수산시장에서 사서 직접 요리하는 걸 추천합니다. 생선은 주인장이 손질을 해줄 터이고, 해감이 된 조개와 해물은 찌거나 굽거나 끓이기만 하면 되니 번거로울 것도 없습니다. 먹고 남은 낙지와 새우로 끓인 라면은 전에 맛 본 적 없는 ‘인생라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서비스로 주신 새우와 낙지를 넣고 끓인 라면은 제 인생라면이 되었지요~






짐 싸게 만드는 보령


짧은 글과 몇 장의 사진으로 신나고 아름답고 맛있었던 보령의 모습을 온전히 다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올해도 유난히 더울 거란 기상청 예보가 있지요. 여행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 같지만 충남 보령은 서울에서도 전라도 광주에서도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당일치기도 가능한 곳입니다. 부디 이 글을 보고 짐 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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