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롱 여행 #19 - 언어장벽을 몸짓으로 극복하는 현지인 식당 '345 꼼'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베트남 하롱시티(하롱베이)는 아시아계 단체 관광객이 정말 많이 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단체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이 많이 있는데요. 제가 처음에 묵었던 알렉스호텔이 있는 하롱파크 주변엔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있어 작은 식당이나 술집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두 번째 호텔인 로얄로터스(Loyal Lotus) 주변은 패키지 여행자들의 아지트 같은 곳인데요. 덕분에 호텔과 단체 손님을 받는 식당만 즐비하고, 자유여행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식당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다들 버스만 타고 다니다 보니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골목골목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주변엔 단체 관광객을 위한 해산물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인데, 하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분명 있을 거란 생각에 뒷골목을 한 시간 정도 돌아다녀 밥집을 하나 찾았습니다. 간판은 그냥 '밥'이란 뜻의 'COM'만 써져 있고, 왼쪽 위에 345란 작은 숫자가 있어서, 편의상 식당 이름을 '345 꼼'이라 부르겠습니다. 영어 1도 안 통하고 몸짓으로 주문해야 하는데, 늙수그레한 주인장 내외가 친절하게 잘 알려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밥집 위치는 파라다이스(Paradise) 호텔 길 건너 맞은편에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위치는 위 구글 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일단 밥집을 찾아 기쁜 마음에 들어가긴 했는데, 메뉴판이나 가격표 같은 건 없는 그냥 막노동판 밥집같은 느낌이라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







저랑 같이 잠시 당황한 주인장이 큰 접시 하나를 주며 손으로 뭘 먹을 지 고르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작은 뷔페 같은 식당이었어요. 먹고 싶은 걸 손가락으로 고르면 주인이 담아주는데, 먹은 음식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네요.






손가락으로 음식을 가리키고 몇 번 담을지 알려주면 담아 줍니다. 물론 두 번 담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가격은 모닝글로리나 양파, 두부 같은 건 저렴하고, 돼지, 닭, 소고기 완자 같은 건 비교적 비쌉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고기 1~2점에 야채를 많이 먹던데, 우리는 그냥 고기고기스러운 것들로만 골라 담았습니다. 이렇게 고기로만 골라 담아도 가격은 5만동(2,500원)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고기 조금에 야채 많이 담으면 가격은 대폭 줄어들 겁니다.







함께 제공되는 맑은 국은 닭육수에 푸른잎 채소가 들어 있는데, 이거 고소하고 깔끔한 맛있는 국입니다. 그리고 왼쪽에 살짝 보이는 건 즈어모이라는 베트남 김치 같던데, 배추를 새콤, 짭쪼름하게 양념해서 숙성한 음식입니다. 장아찌 같기도 하고 백김치 같기도 한 익숙한 맛이라 밥 반찬으로 좋~습니다.







간장에 조린 돼지고기는 한국의 간장수육과 비슷한데 밥반찬으로 먹기 딱 좋네요. 돼지고기가 부들부들한 게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그리고 그 밖의 소고기 완자, 두부조림, 생선살 조림, 닭고기 등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게 없이 다 간간하고 맛있습니다.


여행자는 없고 일이 바쁜지 빨리 먹고 나가는 베트남 사람들만 있던데, 현지인 식당이라 입맛에 안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고수나 피쉬소스(느억맘) 등 거부감 있는 맛은 거의 없고 간도 적당해서 한국인 입맛에도 딱 맞네요. 일부러 맛집 찾아가듯 갈 필요는 없겠지만, 이 동네 숙소에 머문다면 한번쯤 현지인들 사이에서 먹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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