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를 오스카로 보내줄 직행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영화가 끝나고 화면은 검게 변했지만 여전히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옵니다. 휴 글래스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고단한 숨소리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죽음을 거슬러 삶으로 되돌아오려는 한 남자의 치열하고 지난한 과정을 담고 있는데, 처절하고 냉혹한 환경에서 마치 그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처럼 잔인하리만큼 현실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대단한 영화 한 편을 만났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디카프리오, 그의 오랜 숙원이었던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이번엔 거머쥘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입니다.  그가 <버드맨>에서 보여주었던 풍자, 냉소, 위트는 모두 날려버리고, '레버넌트'에선 오직 인간의 존재이유에 대한 통찰과 삶에 대한 의지만을 남겨 놓은 채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야생동물을 사냥해 가죽을 벗겨 파는 백인 무리의 사냥꾼인데, 어느 날 백인 사냥꾼에게 딸을 납치당한 인디언 부족에게 공격을 받고 후퇴 하던 도중, 글래스는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회색곰의 공격을 받고 온 몸이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어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됩니다.

 

동료들은 들것에 실린 글래스와 함께 산을 오를 수가 없게 되자, 대장은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에게 전열을 가다듬고 되돌아 올 때까지 글래스와 그의 아들 호크를 보살피고 있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남기고 먼저 떠납니다.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글래스를 몰래 죽이려다 이를 막아서는 아들 호크의 목숨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글래스를 땅에 반쯤 묻고 떠나 버립니다. 목전에서 아들이 죽는 기막힌 광경을 본 그는 도무지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고 혹독한 추위 속에 갇혔지만 그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4,000km를 지나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이 이야기는 1823년 회색곰에게 공격당해 크게 다쳤지만 오지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전반적으로 복수극 구조를 띠고 있는데, 156분의 런닝타임 대부분은 죽음을 목전에 둔 글래스의 회복과 생존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으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의 생존에는 아들을 살해한 자에 대한 '복수'라는 큰 원동력이 있어 더 큰 공감대가 형성 됩니다. 찢어지고 부러져 너덜너덜해진 몸을 끌고 혹독한 추위의 산과 계곡을 넘고 또 넘는데, 그의 눈에는 오로지 분노만 남았습니다. 마침내 피츠제럴드를 뒤쫓게 되는 순간 관객들의 심장은 마구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죽음으로 가고 싶지 않은 자가 벌이는 결말은 끝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 검은색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거친 숨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롱 테이크로 촬영된 어둑어둑 색바랜 화면들, 인공조명 없이 자연 광으로만 촬영한 사실적인 풍경들, 미주리강 유역에서 19세기 모피 채집을 하는 백인과 원주민과의 마찰 등, 이 영화는 현실감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회색곰의 글래스 습격장면은 새끼 곰을 보호하려는 어미의 분노와 온몸이 부서져도 살아남으려는 그의 처절함은 압권입니다. 이 장면 또한 원 테이크로 촬영되었는데, 카메라 렌즈로 튀는 핏방울, 곰의 입김, 글래스의 절규까지 렌즈에 습기로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무엇하나 흠잡을 곳 없는 경이로운 명작입니다. 아마 디카프리오를 오스카 남우주연상으로 보내줄 직행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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